‘반숭반숭한 얼치기 집’들은 가라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10.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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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최순우 옛집

 
서울 도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혜곡 최순우(1916∼1984).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미술사학자. 일반에게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저자로 더 유명한 ‘한국미의 대변인’(유홍준 문화재청장의 표현). 그가 살던 성북동 한옥이 일반에 공개된 지도 벌써 4년째다. 자칫 팔려 나가 허물어질 뻔한 집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 기금으로 사들여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왔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 입구 역에서 간송미술관 방향으로 10분쯤 걷다 ‘최순우 옛집’이라는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면 나오는 이 집은 ‘고래등 같은 한옥’의 위용과는 거리가 멀다. 낮 동안 늘 열려 있는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좀 좁다 싶은 마당과 안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정관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말마따나 구석구석을 돌아볼수록 마음이 정갈해지는 것이 이 집의 매력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천부적 안목과 혜안으로 이름 높던 이답게 고인은 소소한 몇 가지에 손을 댄 것만으로도 이 집을 ‘반숭반숭한 얼치기 집’들과는 품격이 다른 집으로 만들어놓았다. 

 
가을이라 감나무 익어가는 운치가 더한 이 집에서 “최순우를 사랑한 예술가들” 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10월18~31일). 이 집이 ‘혜곡 최순우 기념관’으로 서울시에 정식 등록된 것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회인데, 운보 김기창, 수화 김환기, 박수근·천경자 화백이 생전에 고인에게 보낸 연하장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사진). 편지 봉투에서부터 개성이 느껴지는 이들과 고인이 나눈 인연을 훔쳐보는 재미가 꽤 쏠쏠할 듯. 

전시회 기간 중 매일 두 차례씩 옛집 설명회가 있고 ‘간송 전형필 선생과 혜곡 최순우 선생’(10월21일)이라는 야외 무료 강좌도 열린다니 방문 전 자세한 일정을 확인해볼 일이다(전화 02-3675-3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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