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희망의 각본 쓰기
  • 박정일(재테크 칼럼니스트) ()
  • 승인 2006.11.2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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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노후 위한 7대 전략/‘4-3-3 전법’ 이용한 재테크 필수
 
당신의 인생 후반부인 인생 2막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배우자, 자식, 친구, 정부…. 그 누구도 아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처럼 무조건 믿었다가 노후에 불행해지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돈을 더 벌어야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으며, 번 돈은 자기가 꼭 쥐고 있어야 부부가 건강하게 해로할 수 있다. 설령 짝을 잃더라도 그래야 새로운 반려자를 구할 수 있으며, 자식들도 서로 모시겠다고 효도 경쟁을 하게 된다.

이제 노후를 대비한 경제적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국민 열 명중 일곱 명 이상이 노후를 준비하지 않는다. 노후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은 닥쳐올 겨울을 생각하지 않는 동화 속의 배짱이와 하등 다를 바가 없는 데도 말이다.‘인생은 일장춘몽’이라거나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 데’라는 면피성 발언은 이제 그만두어라.‘든든한 자식 새끼 하나면 된다’거나 ‘노후 문제는 사회 문제이므로 정부가 나설 것이다’라는 기대 섞인 해석도 그만하라.

그렇다고 나 자신의 노후를 대박이나 행운에만 의존할 것인가? 가급적 빨리 그리고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빈둥지 시기’에 대비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노후 수준을 결정지을 변수는 보유재산․금리수준․인플레이션율․은퇴시기․자녀 수 등 크게 다섯 가지다. 이와 같은 변수들 중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후를 풍요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다음 일곱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노후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일찍 준비할수록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에게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뭐냐고 묻자,‘복리이자(複利利子)’라고 말했다는 우스갯소리는 지금도 자주 회자되고 있는 복리의 힘을 말해주고 있다. 노후를 젊어서 준비할수록 비용(예를 들면 보험료)도 적게 들어가고, 준비 기간도 길어 복리의 마력을 크게 향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일례로 보험료를 따져보면, 40세에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의 경우 25세에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보다 15년 늦게 노후 준비를 한 탓에 약 3배의 돈(보험료)이 추가로 더 들어가게 된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처럼 일단 첫 발을 빨리 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사적 연금상품에 가입하라. 우리에게 생명과 관련된 많은 위험이 있지만 크게 보면 '갑자기 죽을 위험'과 '너무 오래 살 위험'이 있다. 갑자기 죽을 위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오래 살 위험에 대해서는 준비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어른들이 농담처럼 "에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면 안 되는데…"하곤 했는데, 바로 그렇게 될 위험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는 데도 말이다. 오래 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금상품에 가입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 피하고 적립식 펀드를 적극 이용하라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국민연금으로 노후 준비를 마쳤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바보다.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국민연금만으로 완전한 노후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국민연금 수령액도 앞으로 줄면 줄었지 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연금보험료를 적게 내고 많이 타가는 수급 구조에서는 국민연금이 바닥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연금은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을 떼이는 일이 없고,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 사적 연금상품과 달리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현재 가치로 환산된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은 있지만 말이다.

따라서 사적 연금에도 가입하는 것이 필수다. 사적 연금 상품에 가입하면, 매년 연말정산시 당해 연도 납입액 중 최고 3백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세테크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셋째, 자녀에 대한 상속은 이왕이면 보험으로 하라. 선진국에서는 ‘살아서 다 쓰고 가자’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나,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에게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기 위해 안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집이나 땅으로만 물려주겠다는 생각보다는 유태인처럼 보장성보험에도 가입해 보험금을 물려주는 것도 세금 면이나 환금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넷째, 환금성을 확보하라. 노후 준비를 하면서 대박을 바라고 모든 금액을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생각이다. 노후 준비는 안전성과 환금성을 동시에 감안해 실물 자산과 금융 자산에 포트폴리오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의 보유 재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은 큰 문제다. 노후에도 지금처럼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고, 부동산 투자는 환금성에 있어서도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아파트 등 주택을 담보로 매달 또는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대출받는 ‘역모기지론’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말이다.

다섯째, 목돈은 적립식 펀드로 만들어라.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면 '원금지키기'가 첫 번째 키포인트다. 그러나 원금 보전에만 몰두하면 저금리 시대에 목돈 마련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나 제로 금리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기예금같이 안정된 상품에만 모든 자산을 넣어둬서도 곤란하다. 일정 금액은 적립식 펀드에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광풍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십 년간의 투자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삼성전자 등 우량주 투자가 서울 강남 아파트 투자 수익률보다 높았다는 사실이 적립식 펀드 상품의 매력을 말해준다. 문제는 단기간의 펀드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섯째, ‘4-3-3 전법’을 활용하라. 축구경기에서 4-3-3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경기에서 이기려는 감독의 의지가 담긴 전략이다. 노후 설계를 할 때에도 4-3-3 전법을 적용시켜 보라. 총수입 중에서 4할을 생활비로, 3할은 노후를 위해, 3할은 단기 상품에 투자하는 형태의 4-3-3 전법은 풍요로운 노후를 위한 전술이다. 이를테면, 경제 활동 능력이 있는 지금 많이 저축하고, 적게 쓰는 노후준비 방식이다. ‘푼돈 아껴서 뭐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부자 되기 틀렸다. 거대한 배가 침몰하는 것도 작은 구멍 때문이다. 자투리 돈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큰 돈도 관리하지 못한다.

일곱째, 죽음도 함께 준비하라.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톨스토이의 말처럼 겨우살이 준비는 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졌다 해도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상속하면 남은 가족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상당수 사람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나 죽기 마련이고, 금액에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은 재산을 일부라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모든 일은 마무리가 중요한데 삶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죽음󰡑자체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 유언장을 작성하는 자체를 꺼린다. 생전에 돈이나 재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그 순간은 괴로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사망한 후 자녀나 배우자가 유산을 분배하거나, 관리하면서 겪을 갈등이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은 조그마한 수고로 가족을 사랑하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죽을 때까지 사람을 지탱해주는 힘은 사랑과 일이다. 노인이 여자를 밝히면 주책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조물주는 죽을 때까지 사랑과 일을 하도록 인간을 창조했다. 따라서 건강이라는 1층 위(토대)에 돈이라는 2층 피라미드 구조가 안정적으로 갖추어질 때 인생 2막을 풍요롭게 그리고 인간답게 보낼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삶이란 시작이 있고 마무리가 있으며 끝이 있기 마련이다. 인생의 시작(출생)과 끝(사망)이 어떠할지는 자신이 맘대로 할 수 없는 창조주의 것이나, 마무리(노후)는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 꽃이 화들짝 피어 가장 화려했던 젊은 날보다도 끝자락을 앞 둔 하루하루(노년)가 더 아름답고 은은하게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미리 미리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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