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디에도 그들이 있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11.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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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부문별 조직 ‘문어발 확장’…16개 시·도 지부 건설에 매진
 
11월27일 예정되었던 뉴라이트불교연합 창립 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지난 11월6일 불교계 인사 2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발기인 대회를 개최한 뉴라이트불교연합은 이날 창립 대회를 갖고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발기인 대표 장산 스님(서울 대각사 주지)은 “불교계 내부에서 종교인이 왜 정치활동에 참여하느냐는 따위 논란이 일어 일단 창립 대회를 연기했다. 12월 중에는 (창립 대회)를 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반응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뜨겁다면서 창립 대회를 연 뒤 곧바로 대구·부산·대전 지부를 발족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정치 활동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사회 운동 차원에서 참여했지만, 정치 얘기를 하면 정치 운동이 되는 것이다. 둘의 경계를 딱 가를 수는 없다”라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하는 뉴라이트전국연합(전국연합)이 속속 부문 조직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창립 대회를 연 뉴라이트청년연합을 시작으로 해서 조만간 창립할 뉴라이트불교연합까지 아홉 개다. 분야도 다양하다. 뉴라이트문화체육연합, 뉴라이트나라사랑연합, 뉴라이트교사연합,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이들 부문 조직 회원 숫자는 뉴라이트청년연합 1만5천명, 뉴라이트학부모연합 1만명 등 5만2천명에 달한다( 23쪽 표 참조). 이들 부문 조직들은 16개 시·도 지부를 건설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학·농민·군 부문 조직도 발족 준비

전국연합 이주영 간사는 “올해 안에 부문 조직과 지역 조직을 모두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문 조직이 몇 군데 더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간사는 내용을 말하지 않았지만, 대학생들과 농민이나 군 관련 부문 조직 등이 발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문 조직은 전국연합이 막강한 하부 토대를 갖추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부문 조직 각각이 지역 지부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연합이 지역 지부를 건설하는 것과 부문 조직들이 지부를 만드는 일이 서로 상승 효과를 불러오는 형국이다. 뉴라이트교사연합(교사연합) 오영세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경기·부산에 지부를 만들었다. 올해 안에 광주·전남과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교사연합 시·도 지부를 결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라이트학부모연합(학부모연합)은 전국에 이미 16개 지부를 꾸렸다.

전국연합 부문 조직 중 최근 주목된 것이 이들 두 부문 조직이다. 전국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대표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학부모연합은 전교조가 최근 교원평가제를 반대한다며 연가투쟁에 들어간 것을 적극 비판하는 등 ‘반(反)전교조’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평준화 제도를 폐지해 학교의 학생 선발권과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주자, 교육에 경쟁 개념을 도입하고 교원평가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종일 학부모연합 상임대표가 지난 10월29일 열린 창립식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일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사연합도 맥락이 같다. 오영세 사무처장은 “교사연합은 교사가 자기 혁신을 통해 교단을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교원평가제 등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전국에 지부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교사연합은 구성 취지나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공유하기 위해 조만간 구성원을 상대로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공동대표인 평택종덕초등학교 백기명 교사는 “우리는 점진적으로 교단을 바꿔가려고 한다. 성명서와 간행물 등을 계속 발간하며 홍보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반전교조’라면 권용목 전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상임대표로 한 뉴라이트신노동연합(노동연합)은 ‘반(反)민주노총’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엔진 노동조합위원장을 지낸 권대표는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과 관련된 ‘녹색연대21’이라는 단체의 대표를 맡았고, 2002년 대선 때는 정몽준 의원이 이끄는 ‘국민통합21’에서 노동특위 정책위원으로 일하는 등 정치권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지금 “노동 운동에만 전념하겠다. 정치는 하지 않겠다”라고 공언하고 있다.

권대표가 이끄는 노동연합은 “노동과 자본이 적대적 관계라는 전통적 노동 운동 공식을 폐기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하는 길을 개척해나갈 것이다”(권용목 상임대표) “이제 노동자와 경영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이원건 공동대표)라는 말에서 읽혀지듯 ‘타협적 노동 운동’, 중앙보다는 지역 단위 노동 운동을 지향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치 활동 전면화는 ‘시간 문제’

노동연합은 현장 조직인 ‘현대차 신노동연합회’(대표 서중석)를 12월 중 현대차에 출범시키기로 하는 등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보수화 바람을 업고 세력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노사 협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치로 내걸고 활동 중이다. 정철 사무처장이 현대하이스코 노조위원장을 지내는 등 노동연합에는 ‘현대’와 관련해 노동 운동을 한 인물 다수가 포진해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앞으로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 노선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 내부 보수 목소리를 대변해온 한국자유의사회 회원이 상당수 참여한 뉴라이트의사연합(의사연합)은 지난 11월4일 창립해 현재 회원이 1천여 명에 달한다.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형복 공동대표는 “의사 자율권이 침해되고 국민 건강권이 훼손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변화시키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지부는 두고 있지 않지만, 지방에서 지부를 두라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전했다.

전국연합 부문 조직들 가운데 정치적 견해를 뚜렷하게 밝힌 곳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전국연합이 이미 ‘2007년 정권 교체’를 목표로 내건 상태여서 이들 또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정권이 자유주의 정권으로 교체되어야 한다”(의사연합 이형복 공동대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부문을 배제하기 힘들 수도 있다”(오영세 교사연합 사무처장)라는 것에서 보듯 이들이 정치 활동을 전면화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렇게 되면 ‘보수의 혁신’이라는 내용성보다 기존 정치권처럼 정권 교체를 위한 세 불리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본격화할 수 있다. 벌써부터 ‘시민단체인지, 정치단체인지 헷갈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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