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마음 비우고 주머니 채울까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1.1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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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개시 후 '회생' 안간힘... 계열사 구조 조정 등 3대 시나리오 준비

 
 지난해 부도 위기를 맞았던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판매 회사 팬택계열 임직원들이 분주히 뛰고 있다. 벤처 신화의 주인공 ‘팬택호’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에 들어가면서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12개 은행으로 구성되는 팬택 채권단은 지난 12월15일 산업은행에서 채권은행자율협의회를 열고 팬택의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11일부터 시작된 채무 유예가 두 달간 늦춰진다. 오는 2월10일까지 회사 빚을 갚지 않아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의 팬택 빚은 1조4천여 억원으로 은행권 대출 6천4백28억원, 제2 금융권 대출 1백64억원, 기업 어음 및 회사채 등이 8천억원 선이다.

기술 경쟁 포기하고 ‘안정적 판매’ 꾀해


채권단은 외부 실사 기관을 정해 팬택 계열 재무 구조와 사업 전망에 대해 정밀 실사해 회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팬택과 경영 개선 약정(MOU)을 맺고 구조 조정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자금 관리인이 곧 팬택에 파견되어, 공동 관리에 나선다.
팬택계열 오너인 박병엽 부회장은 “이번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회생이 가능하다”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팬택호’선장으로서 여러 시나리오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다음 세 가지이다.
먼저 안정적 판매 구조 유지이다. 글로벌 기업과 정면 승부를 거는 ‘세계 최초 개발’ 경쟁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 부문을 줄이는 것이다. SKY 브랜드를 통해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기록했던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수출 비중을 떨어뜨린다는 전략이다. ‘팬택 신화’를 등에 업고 삼성전자·LG전자·노키아·모토로라 등과 정면 승부를 마다 않던 옛 팬택계열과는 다른 모습이다. 2003년 팬택은 세계 처음 윈도 모바일과 완벽하게 호환되는 휴대전화를 개발해, 국내외 업체들과 기술 경쟁을 벌였었다.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하면 초기 사업 모델과 같은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돌아가 안정적 판매 구조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진 폭이 줄더라도 안정적 영업 이익을 거둔다는 얘기다. 그동안 팬택은 환율 불안정으로 인해 수출로 받는 달러화가 국내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자 환차액만큼 수익이 줄어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46개에 달하는 수출 모델도 27개로 줄일 계획이다. 
다음은 계열사 구조 조정이다. 주력사인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합병 또는 팬택앤큐리텔의 매각 시나리오가 그에 속한다. 합병은 인력과 생산 원가에서 겹치는 부문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휴대전화 제조사로서 박부회장이 역점을 두어온 R&D(연구 개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팬택앤큐리텔을 먼저 처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 제품 우수성, 탄탄한 해외 판매망 등을 감안하면 외국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 업체와 잇달아 판매 계약…자신감 고조

 


마지막 시나리오는 재기를 위한 숨 고르기 작전, 이른바 시간 벌기 전략이다. 팬택의 위기가 일시적 자금난을 뚫지 못해 생긴 것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경영진의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근거는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계약이다. 팬택은 새해부터 3년 동안 미국 유티스타컴과 3천만대 이상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미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싱귤러에 올 상반기 6개 모델을 납품한다. 따라서 외화벌이 일감을 충분히 잡아놓은 만큼 정상화에 탄력이 붙으리라는 계산이다. 게다가 두 번 단행한 인력 구조 조정 효과가 올부터 나타나 비용이 줄 수 있다는 예견도 시나리오의 근거로 작용한다. 전체 구성원의 35%를 줄여 계열  3사로 따져 2천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경영진들은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 체질을 강화해, 충분히 되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편 팬택 계열은 워크아웃에 앞서 지난 12월8일 낸 리먼브러더스·KPMG 보고서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매각 같은 다양한 해결 방안을 담아 회사 살리기에 본격 나설 것임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쭦

왕성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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