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후폭풍', IT 뿌리 흔들라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1.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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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하면 부품업체 등 연쇄 위기... 인재 유출 우려도

 
자금난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계열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질 것 같다. 팬택계열 두 회사(팬택·팬택앤큐리텔)의 워크아웃 돌입은 국내 IT산업과 금융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IT산업에 불어닥칠 후폭풍이다. 무엇보다도 관련 부품사들의 경영 악화가 예견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팬택계열에서 쓴 휴대전화 부품 구입 비용은 약 9천6백45억원. 주력사인 (주)팬택이 4천4백84억원, (주)팬택앤큐리텔이 5천1백6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한 해로 따져 1조 2천8백60억원에 이른다.
팬택계열 사태가 풀리지 않으면 이 금액만큼의 부품 공급이 줄어 관계사들이 위기에 휘말릴 것이라는 것이 업계사람들 분석이다. 팬택계열의 전체 부품회사 및 하청 업체는 7백25개, 거래액은 연간 1조원 규모, 소속 임직원 및 딸린 가족 수는 10만명 이상에 이른다.

신생 업체 추가 탄생도 어려워져


게다가 국내 중소형 핸드셋 제조 회사 탄생을 원천적으로 막게 된다는 데도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형 휴대전화 제조사의 원재료 구매 조건이 더 까다로워진다면 새 업체가 생겨나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완성 업체에 기댈 수밖에 없는 휴대전화 부품 시장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예상되는 또 다른 후폭풍은 국내 휴대전화시장점유율 변동과 해외 시장에서의 부정적 영향이다. 팬택의 국내 대표 브랜드인 SKY와 중저가 브랜드 팬택앤큐리텔의 공급 감소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과점 체제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자연히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제품선택 기회가 줄게 되고 제품 다양성도 떨어진다. 수출 시장 역시 팬택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만큼 좁아지기 마련이다. 애써 잡아놓은 바이어들을 놓치게 되고 해외 판매망도 잃게 된다.
특히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의 경영 위기가 장기화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신생 업체 추가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고 중소형 핸드셋 업체에 기대어오던 부품 업체의 줄도산이나 불황이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팬택의 부품 매입 채무액은 1천6백86억원, 미지급금이 9백77억원에 달하고 팬택앤큐리텔의 매입 채무는 1천4백52억원, 미지급금은 6백87억원이다. 
팬택앤큐리텔이 지난 12월18일 만기가 된 2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갚지 못해 증권가에서는 ‘팬택계열 부도설’이 나돌았다. 이로 인해 팬택과 팬택앤큐리텔 주가는 다음날 증권시장에서 가격 제한 폭까지 뚝 떨어졌다.
팬택계열의 두 회사는 제1 금융권에 의해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지난 12월15일 채권 은행들은 워크아웃을 결정하면서 ‘워크아웃 기간 중 협약 외 채권을 갚으면 워크아웃은 끝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팬택계열이 제2 금융권 채권, 기업어음, 회사채 등을 갚을 경우 제1 금융권과의 워크아웃도 자동으로 끝난다는 규정이다. 20억원의 CP를 갚지 않은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기업어음 보유자 설득 진행 중


지금은 제2 금융권 동의를 얻는 과정으로 최종 합의할 때까지 팬택계열은 기업어음 등 다른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채권단과의 합의로 팬택앤큐리텔은 만기 도래한 CP를 갚지 않았고 기업어음 보유자에게도 새 어음을 발행했다. 하지만 기업어음 보유자가 팬택계열을 상대로 압류나 소송을 할 수 있어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연말 팬택앤큐리텔 CP를 보유한 제조업체 A사가 50억원 규모의 CP 만기일을 연장하기로 했다. 워크아웃 후 팬택계열 CP 보유 기업이 연장에 동의한 첫 사례다.
팬택계열이 이달 중 갚아야 할 기업어음은 4백72억원. 앞으로 몇 차례 ‘갚지 않아도 부도가 아닌’ 비슷한 상황을 또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팬택앤큐리텔은 자본 잠식 상태이다.
이밖에도 팬택 사태로 인한 대규모 R&D(연구 개발) 인력의 해외 유출 우려와 외국계 기업의 내수 시장 장악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왕성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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