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거침없이 진화하다
  • 이재명 편집위원 ()
  • 승인 2007.01.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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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컴퓨터 기능 갖춘 '아이폰' 출시...새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아이팟’(iPod) 디자인의 진화 속도가 눈부시다. 애플은 지난 1월9일 새로운 개념의 휴대전화 ‘아이폰’(iPhone)을 선보였다. 애플의 히트작인 휴대용 음악기기 아이팟에 터치 스크린 방식의 휴대전화 기능을 결합한 두께 11.6mm의 초슬림 폰으로 3.5인치 터치 스크린과 2백만 화소급의 카메라가 탑재됐다. 매킨토시 컴퓨터의 주요 기능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고 무선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면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아이팟이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과거 일본 소니(SONY)의 워크맨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아이팟은 ‘몸의 일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출퇴근길에서는 물론이고 인라인을 타면서도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는다. BMW 등 일부 자동차 회사들은 아이팟을 차 안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유대인들은 아이팟으로 유대교 음악을 듣는다. 과거 전세계를 휩쓸었던 소니의 워크맨과 아이팟은 여러 가지로 비슷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워크맨은 그저 테이프를 듣는 것에 그쳤으나 아이팟은 이용자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아이팟에 라디오 방송을 녹음해 듣기 시작했다. 비디오를 볼 수 있는 아이팟 제품이 나온 다음에는 영화 같은 동영상을 들고 다니며 보는 사람도 생겼다.
일부 신문사는 아예 기사를 아이팟에 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기사 읽기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기사를 듣도록 하고 있다.
아이팟은 2001년 첫선을 보인 이후 제품 자체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팟 셔플(Shuffle)은 전세계에서 가장 작은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로 꼽힌다. 아이팟 원래 크기의 절반 정도에 무게는 15.5g에 불과하다. 세련된 알루미늄 디자인에 최대 2백40곡을 저장할 수 있는 1기가바이트(GB)의 플래시 메모리가 장착되어 있다.
MP3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탄생했고 아이팟보다 더 작거나 얇거나 대용량인 제품들이 많았다. 그런데 아이팟이 ‘대단’해진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애플의 아이팟과 같은 혁신 제품이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 지난해 12월15일 한국을 방문한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최고경영자(CEO)는 한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잭 웰치 전 회장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빨리 내놓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라며 아이팟을 예로 들었다. 이 말을 놓고 한국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한국이 MP3 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내놓은 종주국이며 최고의 개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이팟이 문화 아이콘으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잭 웰치 전 회장의 말처럼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홈 오디오와 홈 시어터의 국제 규격이 아이팟으로 통일되고 있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LG전자도 아이팟을 탑재한 홈 시어터를 출시했다.
한편 아이팟을 디자인한 조너선 이브의 이름이 영국 인명사전에 올랐다고 실리콘닷컴이 지난 1월3일 보도했다. 런던 태생인 조너선 이브는 1992년 애플에 합류해 디자인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산업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는 영국에서 민간인 최고명예인 CBE(Commander of British Empire) 작위를 받고 2003년과 2004년에는 런던의 디자인 박물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디자이너’로 뽑히기도 했다.          


이재명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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