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다시 한 번 훨훨 날자"
  • JES ()
  • 승인 2007.03.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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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부상으로 좌절 겪은 프로야구 베테랑 5인 '부활의 노래'

 
오는 4월6일 개막하는 2007 프로야구 페넌트 레이스를 누구보다도 기다리는 선수들이 있다. 이종범(37·KIA)  정민태(37·현대) 마해영(37·LG) 심정수(32·삼성) 임창용(31·삼성). 한때 프로야구 최고 스타로 그라운드를 호령했으나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인해 좌절의 아픔을 겪은 스타들이다.
이들에게 2007 시즌은 선수 생활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모두 30세를 훌쩍 넘긴 나이들이어서 체력이나 팀 내 위상 면에서 더 물러설 경우 재기의 기회를 영영 잡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왕년의 스타들이 지난 겨울 이를 악문 훈련을 통해 올 시즌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칠 채비를 하고 있어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느 해보다 독한 마음을 품고 명예 회복에 나서는 ‘베테랑 5인방’의 시즌 준비 상황을 들여다보았다. 
‘야구 천재’ ‘바람의 아들’로 불린 이종범. 팬들이 이종범을 보러 야구장을 찾는 시절이 있었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만 해도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부는 듯했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그는 일본전 결승타 등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을 세계 4강으로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종범, 체력·배트 스피드 매우 좋아졌다”


그러나 환희도 잠시. 너무 일찌감치 힘을 빼서인지 막상 정규 시즌에 들어가서는 데뷔 후 처음으로 성적 부진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93경기에서 2할4푼2리의 타율에 1홈런 21타점 10도루의 초라한 성적. 마치 일본 주니치에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 탈모증을 겪었을 때처럼 이종범의 얼굴은 어둡고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종범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운동화 끈을 졸라맸다. 지난 겨울 들뜬 연말연시 분위기도 마다한 채 조용히 자성의 시간을 보낸 데 이어 일본 미야자키 전지 훈련장에서 젊은 선수들 못지않게 땀방울을 쏟아내며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스스로 “최근 몇 년 사이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자랑했고, 서정환 KIA 감독은 캠프를 결산하면서 “이종범이 체력적인 부분은 물론 배트 스피드도 매우 빨라졌다”라고 흡족해했다.
매각 위기에 놓인 소속 팀 현대의 운명처럼 급전직하의 추락을 거듭한 정민태. 일본 요미우리에서 복귀한 2003년 17승을 거두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것을 정점으로 2004년 7승, 2005년 8경기 무승 3패를 기록한 뒤 그해 9월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어깨에 칼을 댄다는 것은 어찌 보면 큰 모험이었다. 그러나 수술로 완치를 한 뒤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자신감도 있었다. 재활 훈련을 하느라 지난해에는 단 1경기에 출장해 승패 없이 2이닝만을 던졌다.
최근 몇 년간 부진을 거듭하는 사이 연봉도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 2004년 당시 역대 최고였던 7억4천만원의 연봉은 2005년 5억5천5백만원, 2006년 3억8천8백50만원으로 줄어들더니 올 시즌에는 다시 3억1천80만원으로 감소했다.

 
존심이 상할 법도 하건만 정민태는 연봉 액수에 크게 개의치 않고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친 뒤 훈련에 전념했다. 정민태는 “지난해 하루 6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재활 훈련을 했다. 올 시즌을 지켜봐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해영은 2002년 삼성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끝내기 홈런을 날렸던 영웅이었다. 그러나 4년 만에 자칫하면 소속 팀이 없어 선수 생활을 마감할 뻔한 위기를 겪었다. 마해영이 그야말로 ‘벼랑 끝 심정’으로 올 시즌에 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4년 KIA로 옮긴 뒤 2006년 LG로 이적한 그는 지난해 새로운 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며 극심한 컨디션 난조에 빠져 고작 80경기에서 2할7푼의 타율에 5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시즌 직후에는 LG로부터 사실상 ‘방출’을 뜻하는 웨이버 공시를 예고받아 다른 팀으로 이적하거나 선수 생활을 그만두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김재박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LG에 잔류한 마해영은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더욱 이를 악물었다. 팀이 결정되지 않았던 지난해 12월에도 당시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던 LG 김병곤 트레이너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걸어 개인 훈련 스케줄을 문의했다.
새로 부임한 김용달 타격 코치와 함께 약점인 몸쪽 볼 공략을 집중 훈련해 캠프 연습 경기 등에서 4할1푼7리(24타수 10안타)의 고타율을 기록한 마해영은 “아마도 프로 입단 후 이렇게 철저하고 긴 시간 동안 타격폼 수정에 대해 고민하고 훈련한 적이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만족해하고 있다.
심정수에게는 ‘60억원의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지난 2004 시즌 뒤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을 획득해 프로야구 역대 최고액인 4년간 총액 60억원을 받고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은 몸값이 무색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5년 28홈런을 때리기는 했으나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왼쪽 어깨와 오른쪽 무릎 수술을 잇달아 받아 고작 26경기에 출장하고 타율 1할4푼1리, 1홈런 7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런 그가 올시즌에는 일찌감치 부활 가능성을 보여주어 선동열 감독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고 있다. 좀처럼 선수 칭찬을 하지 않는 선감독도 “타선에서 지난해보다 더 좋아질 것을 기대한다. 심정수가 지난해보다는 훨씬 잘할 것 아닌가”라고 4번 타자의 컴백을 반가워했다.
지난 일본 오키나와 전지 훈련 중에 열린 평가전부터 팀이 뽑은 4개의 홈런 가운데 3개를 쳐내며 팀의 주포 노릇을 톡톡히 해낸 심정수는 지난 3월18일 시범 경기에서도 지난해 MVP 겸 신인왕인 한화 류현진에게 홈런을 뽑아내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심정수는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는 1백26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것이다. 각종 기록은 그 이후에 생각해보겠다. 아울러 용병들에게 맞서는 토종 홈런왕에 대한 책임도 느끼고 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언터처블’ 임창용, 1백50km 강속구 뿌려


야구에는 ‘언터처블’ 또는 ‘언히터블’이라는 별명이 있다. 타자들이 방망이를 대지 못할 정도의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를 일컫는 말이다. 1990년대 중반 해태에서 철벽 마무리로 맹활약한 임창용이 바로 이 별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팬들은 마치 뱀이 꿈틀거리는 듯한 임창용의 위력투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2004년 36세이브를 끝으로 팀 마무리 자리를 오승환에게 넘겨준 채 2005년 고작 5승을 거두고 시즌 뒤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시즌 막판에 1경기에 나와 2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지난 3월18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린 삼성-한화의 시범 경기는 ‘언터처블’ 임창용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무대였다. 이날 4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수술 전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임창용은 경기 후 스스럼없이 “4월6일 개막전 선발을 노리겠다”라는 뜻을 밝힐 만큼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의 위력적인 피칭을 펼쳤다.
기존 사이드암 투구법과 함께 오른팔을 약간 더 올리는 스리쿼터 방식을 혼용하며 최고 1백49km의 강속구를 씽씽 뿌려댔다. 임창용은 “훈련 때는 직구 구속이 1백53km까지 나왔다.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보다는 토종 선수가 개막 선발을 맡는 것이 낫지 않겠냐”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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