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음악이 흩날리는 하얀 밤을 꿈꾸는가
  • 최일옥(소설가) ()
  • 승인 2007.03.26 13: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구 '환상의 삼각벨트'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5~8월이 여행 최적기...피오르드 등 볼거리 풍성

 
여행은 어디로 떠날 것인가를 궁리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올해는 시벨리우스(1865~1957) 서거 50주년이며, 그리그(1843~1907) 서거 100주년이어서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깊고 웅장한 자연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여행을 권하고 싶다. 이 세 나라가 하나로 묶여지는 것은 세 나라의 수도인 오슬로·스톡홀름·헬싱키가 모두 항구 도시이며, 북위 60도 선상에 나란히 놓여 있고, 생활 환경이 비슷하며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북구 여행은 춘분과 추분 사이가 좋다. 길고 긴 겨울이 지나고 백야로 낮이 길어지는 5월에서 8월이 최적기이다. 백야는 북극이 가까운 지역에서 24시간 내내 낮이 계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백야 기간에는 기온이 따듯하며 낮이 길어 여행하기에 좋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것은 3S, 즉 울창한 숲과 호수를 말하는 수오미(Suomi), 시벨리우스(Sibelius), 사우나(Sauna)이다. 핀란드는 인구 1백명당 1개의 호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호수가 많다. 자작나무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핀란드는 아름다움과 평화 그 자체이다. 그러나 경작지가 부족한 핀란드의 역사는 식량을 얻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독립 투쟁으로 이어졌다.


 
시벨리우스와 사우나의 고향 핀란드


민족음악가 시벨리우스는 20세기 초 음악을 통해 조국 핀란드를 세계에 알린 음악가이다. 그는 7개의 교향곡과 다수의 오페라 교향시를 남겼으나 가장 유명한 것은 러시아의 압제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민족의 혼과 자부심을 일깨워준 <핀란디아>(1899년 작)이다. 그를 기념하기 위한 시벨리우스 공원은 헬싱키의 상징이다. 그곳에는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 오르간을 용접해 만든 기념비와 그의 흉상이 있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거대한 바위를 깎아 1969년에 완성한 암석 교회이다. 바위 윗부분을 파내고 천장을 둥글게 유리로 덮어 바위 사이에 숨어 있는 듯 자연 경관을 잘 활용해 지은 초현대식 건물이다. 이 교회는 음향 효과가 뛰어나 음악회장으로 자주 이용된다.

 
사우나는 그 말 자체가 핀란드어이다. 사우나는 핀란드인의 생활 그 자체나 다름없다. 그들은 자기 집 사우나에 손님을 초대하는 것을 최고의 대접이라 생각하며,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사우나를 즐긴다. 핀란드식 전통 사우나는 자작나무 장작불에 달구어진 돌이나 화덕에 자작나무 우린 물을 뿌려 뜨거운 증기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땀이 나기 시작하면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두드려 신진대사를 돕는다. 온몸에 땀이 나면 벌거벗은 채로 강이나 호수로 뛰어들어 몸을 식힌 후 다시 사우나에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아파트 호텔 별장 어느 곳이나 사우나 시설이 되어 있으나 전통적 사우나 방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그리 흔하지 않다.


 

 

 

 

 

 

 

 

 
북유럽의 베네치아, 스톡홀름


헬싱키에서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으로의 이동은 호화 유람선 바이킹 라인을 이용한다. 노벨상의 나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은 인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꿈이 잘 반영된 현대 도시이다. 성 같은 분위기의 시청사와 왕궁공원을 돌아보고 바로크 양식의 왕궁 앞에서 만난 정숙하고 근엄하며 질서 정연한 근위병 교대식 관람은 기대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 후 참으로 놀라운 곳에 이르렀다. 스웨덴의 세계적 조각가 밀레스(C. Milles, 1875∼1955)의 저택에 만들어진 조각 공원이다. 발트 해가 바라보이는 리딩괴 섬에 위치해 있어 경치가 더없이 아름답다. 밀레스의 조각은 율동적이다. 그는 20세기 초반 독일 표현주의 조각과 미국 조각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바다를 향해 우뚝 선 작품 <포세이돈>을 비롯해 하늘을 향한 <신의 손>과 <춤추는 소녀들> <아가니페 분수> 등은 천진하며 율동적이어서 동화   <말괄량이 삐삐>와 <닐스의 모험>의 나라 스웨덴임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밀레스의 생가에 그의 삶과 함께 어울려 만들어진 조각 공원인 만큼 자국의 작가를 아끼고 사랑하며 세계적으로 홍보하려는 스웨덴의 예술 정책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다.


 
피오르드와 그리그의 나라 노르웨이


그리그의 고향이며 노르웨이 제2 도시인 베르겐에 도착해 교향곡 <신세계> <솔베이지 송>으로 친숙한 그리그의 생가로 향한다. 그가 1885년부터 1907년 죽을 때까지 살면서 수많은 걸작을 작곡한 집이다. 내부에는 그가 사용한 피아노를 비롯하여 악보, 편지, 초상화, 화려한 가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바닷가 연안 바위에 있는 그의 무덤 앞의 쓸쓸하고도 고즈넉한 분위기는 애잔한 슬픔마저 느끼게 만든다.
안개 자욱한 프롬 산을 뒤로한 베르겐 어시장 풍경도 흥미롭다. 짙은 오렌지 빛의 연어 알, 노란 날치 알, 사뭇 반짝이는 빛을 발하는 까만 철갑상어 알이 모두 캐비어라는 이름으로 좌판에 진을 치고 관광객을 유혹한다. 즉석에서 잡아주는 새우와 생선찜, 캐비어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와 빛 고운 과일들이 입맛을 돋운다.
노르웨이 관광의 백미는 빙하 지대와 피오르드 관광이다. 피오르드는 빙하가 남하하면서 산지를 파고들어 형성된 깊은 협만(峽灣)을 말한다. 굴곡이 심한 노르웨이의 해안선마다 피오르드가 이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긴 송네 피오르드는 그 길이가 2백4km이며 U자형 곡벽으로 1천m 이상의 절벽을 이룬 곳이 많다.
송네 피오르드 관광 전 하룻밤 묵은 스탈헤임 호텔은 해발 3백70m의 절벽 위에 있다. 열세 번 구비를 도는 험난한 산세 탓에 2차 세계대전 중에도 독일의 침공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때는 정신병원으로 운영되었으나 지금은 호텔로 이용된다. 호텔이 있는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 양옆으로 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폭포와 물소리는 가히 절경이다. 호텔 뒷마당에 보관·전시되어 있는, 줄 지어 선 고대 바이킹족의 낮은 목조 주택과 깊은 숲 또한 노르웨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관광 상품이다.

 
구드방겐에서 페리를 타고 두 시간여의 송네 피오르드 관광을 마친 후 로맨틱 기차를 타고 다시 두 시간 동안 병풍처럼 이어진 경치를 감상하며 오르던 중 문득 기차가 숨을 멈추면 승객 모두가 하차한다. 길이 93m의 조스포센 폭포 앞이다. 무지갯빛 물보라를 맞으며 쏟아져 내리는 폭포에 취하다 보면 어디선가 아련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폭포를 에워싸고 있는 산등성이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며 노르웨이 민요를 노래한다. 그야말로 꿈같은 정경이다. 계곡을 울리는 거친 물소리에 어우러진 청아한 음성, 그리고 여인의 요염한 자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여인이 사라지고 노래 소리가 잦아지면 긴 아쉬움을 가슴에 쓸어담고 다시 기차에 오른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라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는 헬레실트 선착장에서 페리로 1시간가량 피오르드와 아담한 산간 마을의 집들을 바라보며 유람할 수 있는 곳이다. 보이는 곳 어디든 카메라에 담는다면 곧 한 장의 그림엽서가 될 것 같다. 특히 높은 절벽에서 사이좋게 나란히 쏟아져 내리는 ‘7자매 폭포’는 장관 중의 장관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