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노라, 던졌노라, 이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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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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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 등 프로야구 ‘복귀 해외파’ 선수들 본격 경쟁…관중 동원에 호재

 
2007시즌 프로야구에는 색다른 볼거리가 있다. 선진 야구인 미국 프로야구를 경험하고 복귀한 해외파 선수들이 어떤 성적을 내느냐를 지켜보는 일이다. 올 시즌에는 LG 봉중근(27)과 두산 이승학(28), 롯데 송승준(27)·최향남(36) 등이 대거 국내 무대로 돌아와 그라운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4강 진출에 일조한 봉중근은 10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최향남은 1년간 트리플 A에서 재기에 성공한 뒤 한국으로 복귀했다. 이승학과 송승준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 활성화를 위해 국내 복귀 제한 규정을 일시 완화함에 따라 국내 마운드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지난 4월26일 두산 이승학이 세 차례 2군 시험 등판을 마치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됨에 따라 복귀 해외파들 간의 라이벌전도 더욱 뜨거워졌다. 우선 이승학이 앞으로 고향팀 롯데를 상대로 어떤 투구를 보일지가 관심사다. 부산공고 출신의 이승학은 롯데의 우선 지명에서 송승준(경남고 졸업)에게 밀려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승학은 4월28일 롯데전에서 0-6으로 뒤진 6회 2사 1루에 등판해 직구 최고 구속 1백45㎞를 찍으며 2⅓이닝 동안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국내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승학은 당분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중간 계투로 등판한 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두산은 이승학이 ‘한 지붕 두 가족’인 LG의 봉중근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관중 동원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봉중근은 2003∼2004년 메이저리그에서 7승을 올린 경력이 있지만 이승학은 “지난해 트리플 A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투수는 나밖에 없다”라며 강한 자신감과 경쟁 의식을 내비쳤다.
 
복귀 해외파들의 시즌 초반 활약은 봉중근 외에는 아직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봉중근은 4월 한 달간 4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 자책점 1.80을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봉중근의 가세는 지난해 최하위 수모를 당했던 LG의 부활에 큰 보탬을 주며 관중 동원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최향남과 송승준은 국내 무대 적응을 위해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난해 트리플 A에서 수준급 피칭을 선보였던 최향남은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한 채 4월26일 식중독으로 1군에서 제외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송승준 역시 중간 계투로 나서며 5월1일 현재 4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 자책점 7.00(9이닝 7실점)으로 아직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향남은 마운드 운용이 한층 노련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송승준과 이승학도 선진 야구 경험을 토대로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선보이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복귀 해외파 선수 13명으로 늘어나


 
복귀 해외파 선수는 올해 7명이 추가돼 총 13명으로 늘어났다. 구단별로는 롯데가 기존 최경환 외에 최향남·송승준·김일엽이 가세해 4명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한화가 구대성과 정민철·조성민 등 투수 3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반면 한때 조진호·이상훈 등을 보유했던 SK에는 해외파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7명의 신규 복귀파 중 봉중근·최향남·송승준·이승학은 이미 1군 무대를 경험했고 타자 채태인(삼성)과 권윤민(KIA)도 1군 진입을 노린다. 신고 선수인 김일엽은 규정상 6월부터 1군 등록이 가능하다.
이들 해외파 출신은 팬들에게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무대에서 뛰는 용병들은 한국 야구 수준에 대해 대체로 “미국 트리플 A 또는 더블 A∼트리플 A 사이”라고 평가한다. 올해 새로 복귀한 최향남과 송승준·이승학은 트리플 A에서는 나름으로 수준급 성적을 올렸고 봉중근은 메이저리그에서 7승을 기록했다. 따라서 올 시즌 이들의 성패 여부는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간접 비교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해외 진출 후 국내로 복귀한 선수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한국 프로야구를 경험하고 나갔다 돌아온 선수와 아마추어 시절 곧바로 해외로 나간 뒤 돌아온 선수가 있다.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인지 성적 면에서는 국내 프로를 거친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였다. 2001 시즌 도중 일본 주니치에서 기아로 복귀한 이종범은 그해 45경기에서 타율 3할4푼에 11홈런·37타점을 마크하면서 ‘바람 몰이’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부진하기는 했으나 복귀 후 그의 평균 타율은 2할9푼1리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일본 주니치와 미국 보스턴을 거쳐 2002년 LG로 돌아온 이상훈은 2004 시즌 초 SK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51세이브(11승6패)를 올렸고, 마지막 20승 투수 정민태는 2003년(요미우리→현대) 복귀하자마자 17승2패로 에이스 구실을 확실히 했다. 지난해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은 구대성(오릭스→뉴욕 메츠)도 곧바로 개인 시즌 최다인 37세이브(3승4패)를 기록했다. 2002년 요미우리에서 돌아온 한화 정민철은 그해 7승밖에 올리지 못했으나 이듬해 11승을 거두는 등 선발로서 꾸준한 피칭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프로를 거치지 않고 먼저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온 선수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003년 SK로 복귀한 조진호는 19경기에서 4승(5패)만 올린 뒤 선수 생활을 사실상 마감했고, 우여곡절을 거쳐 2005년 한화로 복귀한 조성민은 아직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00년 LG로 돌아온 롯데 최경환이 두산 등을 거치면서 평균 정도의 성적(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266)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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