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너무 잘나가도 탈이네
  • JES 제공 ()
  • 승인 2007.07.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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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볼 시비 등으로 7개 구단으로부터 ‘원망의 대상’…SK측은 “억울하다”
 
1강 6중 1약.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프로야구 판도이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SK는 보내줘야 할 것 같다. KIA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반등은 힘들어 보인다. 6개 팀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치열한 4강 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 구단 관계자는 “1 대 7로 가지 않겠느냐”라며 이색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성적보다는 심정적인 대립 구도를 예측한 말이다. 선두를 질주하며 순위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SK는 심정적인 판도에서도 홀로 떨어져 있다.
“앞으로 SK-삼성 경기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난 7월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2-6 패배를 당한 뒤 김성근 SK 감독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연승이 11에서 멈춘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으로 넘기기에는 지나치게 호전적인 발언이다. 그리고 이 말은 현실이 되었다. 7월5일 1회말 삼성 내야수 김재걸이 SK 선발 투수 채병용의 공에 목 뒷부위를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행. 다행히 MRI 검사에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김재걸으로부터 삼성 선수단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8회에는 삼성의 보복성 짙은 빈볼이 나왔다. 삼성 좌완 조현근은 볼 카운트 0-3에서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던 SK 박경완의 왼쪽 어깨를 맞혔다. 양팀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에 늘어섰다. 다행히 큰 충돌 없이 상황이 정리되었지만 감정의 앙금은 그대로 남았다. 양팀 감독은 “벤치에서 빈볼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라고 말했고 투수들도 “손에서 공이 빠졌다”라고 밝혔지만 찝찝한 기분은 지워낼 수 없었다.
사건은 7월7일 롯데와 SK가 맞붙은 인천에서 확산되었다. 롯데 선발 조정훈은 2회 말 5실점하며 역전을 당하자 박경완에게 몸쪽 공을 계속 던지다 결국 4구째 공을 등에 맞혔다. 양팀 선수들은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3회 초. 방아쇠가 당겨졌다. SK 우완 김원형이 롯데 포수 강민호의 다리 뒤쪽으로 공을 던졌다. 강민호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다시 양팀 선수들이 뛰쳐나와 거친 몸짓을 주고받았다. 겨우 선수들을 진정시킨 심판진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김원형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SK는 시끌벅적했던 빈볼 시비에서 모두 주연을 맡았다.
빈볼 시비가 기폭제가 되었을까. 다른 구단에서 SK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삼성 코칭스태프들은 7월4일 경기에서 김재걸이 결승 홈런을 기록한 것을 상기시키며 “우리 팀에서 가장 잘 맞는 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이 나왔다.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SK 경기 운용에 대한 것까지 비판의 범위를 넓혔다. 7일 경기에서 3-10으로 뒤진 8회부터 SK가 투수 3명을 잇달아 교체한 것이 표적이 되었다. 롯데의 한 코치는 “우리는 주전도 다 뺀 상황이었다. 백기를 든 상대에게 꼭 그렇게 해야 했나. 승부에도 예의가 있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 부관참시와 다를 게 무엇이냐”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공공연하게 ‘비신사적인 행위’로 규정된, 점수가 많이 난 상황에서의 도루도 SK는 서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김성근 감독 “우리도 힘들게 경기하는데…”
 

다른 구단 코칭스태프들 사이에서도 ‘SK 야구’는 비난의 표적이다. 한 감독은 주자가 홈을 밟을 때 SK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장악하는 장면을 지적했다. “주자들은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뛴다. 전력 질주하는 주자가 포수와 정면 충돌하면 누가 희생자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SK 포수들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주자들도 보호대가 없는 부위(목 주위)를 겨냥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자칫 그라운드가 전쟁터로 변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 정도로 격앙된 상태였다.
시즌 중반에 들어서면서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 김성근 SK 감독은 담담했다. SK 선수들이 상대방에게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난 후 “벤치에서 그런 사인을 낸 적이 없다. 나도 그 선수를 혼냈다.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한 것이 전부.
하지만 SK와 맞붙는 모든 팀에게서 비판이 나오자 적극적인 반론을 펼쳤다. 김감독은 11일 대전 한화전이 취소되기에 앞서 취재진에 자신의 수첩을 보여주었다. 수첩에는 SK의 데이터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김감독은 올시즌 76경기를 치르면서 1이닝에 3~6점 이상 주고받은 데이터를 제시하며 “우리도 이렇게 힘들게 경기를 펼친다. 우리 타선이 집중력이 좋아 1이닝에 4득점 이상을 자주 뽑지만 대량 실점하는 것도 빈번하다”라고 말했다. “투수진이 두텁다고 하지만 개인적인 한계는 명백하다. 더 던지게 놔두면 타자에게 맞을뿐더러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상대방으로부터 ‘부관참시’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나온 자신의 마운드 운용에 대한 항변이었다.
김감독은 빈볼 시비에 대해서도 “팀마다 말 못할 사정이 있다”라며 SK만의 잘못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상진 SK 투수코치는 “우리가 피해자인 경우도 많았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실 빈볼 시비에 휩싸이기 전까지만 해도 SK는 비난보다는 칭찬을 받는 데 익숙했다.
7월7일, SK는 인천 연고팀 사상 최단 기간에 40만 관중을 돌파했다. 지난 1996년 8월17일 현대가 세운 종전 기록(48경기)을 9경기 앞당긴 결과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3만7백19명)보다 두 배 가깝게 많은 관중이 문학구장을 찾았다. 전년 대비 관중 증가율(76%)과 평균 관중 증가율(80%)에서 8개 구단 중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SK는 “스포테인먼트 정착과 팀 최다 연승(11승) 기록을 세우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관중 동원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다. 시즌 초 유람선 이벤트, 와이번스 걸 등 차별화된 홍보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던 SK는 시간이 갈수록 빼어난 성적으로 관심의 무게를 옮기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재미없는 야구’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김감독이 “재미있는 야구란 상대적인 것이다. 나에게는 이기는 야구가 가장 재미있다”라고 당당히 맞설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을 지나치게 자극한 뒤 얻은 승리라면?
두산의 한 선수는 “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하는데 SK는 그 기분을 두 배로 느끼게 한다”라고 말했다. SK와 관련된 기사 밑에는 SK 팬들이 다른 구단 팬들과 댓글을 통한 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심상찮게 등장한다. 선수들은 물론 SK 팬들마저 1 대 7의 대결을 펼쳐야 하는 것일까. 다른 구단 감독이 전한 “잘나가는 팀이 한발 물러서야 모양새가 좋다”라는 짧은 충고는 7개 구단이 세운 대립각에 민감해진 SK가 한번 되새겨볼 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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