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넘보는 ‘이무기’의 질주
  • 정락인 기자 ()
  • 승인 2007.08.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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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개봉 9일 만에 관객 4백만 돌파…영화평론가-네티즌 격돌도

 
<디워>(감독 심형래)가 여름철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디워>는 8월1일 개봉 이후 9일 만에 4백만 관객을 돌파했다. 연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며 기존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평일에는 전국 평균 30만명을 동원하며 20만명인 <화려한 휴가>를 따돌리고 멀찌감치 앞서갔다.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다이하드 4.0>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상영 중이지만 <디워>에는 상대가 되지 않고 있다.<디워>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디워>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전국에서 10개 상영관을 운영 중인 메가박스의 집계를 보면 놀라울 정도이다. 지난 8월4일 토요일 전국 최대 규모인 코엑스관에는 3만2천5백명이 몰려들었다. 2000년 개관 이후 1일 최다 관객 수를 갱신한 것이다. 코엑스관 외에도 목동(1만1천5백15명), 해운대(1만4천1백89명), 대구(1만5천6백65명), 수원( 7천5백39명), 전주(7천9명), 울산(7천8백72명) 등 대부분의 극장에서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평론가 혹평 깨고 승승장구
미국 박스오피스의 8월9일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흥행 기록만으로<디워>는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박스오피스의 5위에 올랐으며, 수익은 1천9백70만 달러(한화 약 1백80억원)에 달한다. 쇼박스측은 “<디워>의 흥행 질주는 예측 불허이다. 이대로라면 괴물이 가지고 있는 최대 관객 수 기록을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디워>는 지금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
<디워>는 개봉 이전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6년여의 제작 기간과 한국 영화사상 3백억원이라는 최고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도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영화 평론가들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너나 없이 ‘수준 이하’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용가리> 수준을 크게 넘지 않은 ‘괴수 영화’에 불과하다며 평가 절하했다. 독립 영화를 제작해온 이송희일 감독은 “<디워>는 영화가 아니라 19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디워>에 사용된 CG(컴퓨터그래픽)는 “화려한 게임과 다를 바 없다”라며 깎아내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건강한 비평보다는 욕설과 비방이 난무했다.
영화가 개봉되자<디워>는 평론가들의 혹평을 비웃었다. 흥행 질주가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영화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심형래 감독의 ‘이무기’가 극장 밖에서의 싸움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디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영화계에서는 △관람 등급과 개봉 시기 △컴퓨터그래픽과 특수 효과 △감성을 자극한 애국심 마케팅 △심형래 감독의 인간적인 호소 등을 꼽고 있다.<디워>의 관람 등급은 12세 관람가이다. 괴물이 그랬듯이 가족 영화를 지향했다. 배급사인 쇼박스가 국내 개봉 시기를 8월1일로 잡은 것도 초·중·고생 등 10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여름방학 특수를 최대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디워>가 개봉된 후 극장마다 가족 동반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CG는 수준급이지만 스토리는 빈약하다’라는 평론가들의 혹평도 금세 무색해졌다. 영화를 본 관람객들 사이에서 ‘실감 나는 특수 효과와 스펙터클이 돋보인다’라는 말이 퍼지면서 영화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종전에 보지 못한 속도감을 지닌 할리우드 전문 편집감독의 편집도 관람객들의 탄성을 지르게 했다. <디워>는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가 여의주를 차지하기 위해 조선과 현대의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싸운다는 내용이다. 한국적 요소와 이국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는 영화 속 이야기는 우리의 전래 동화를 보는 듯하다. 그만큼 친근감이 있다는 뜻이다.

네티즌들, 애국심 마케팅 평가에 댓글로 공격

ⓒ연합뉴스
심감독의 애국심 마케팅은 평론가들과 네티즌들의 최대 관심거리였다.
우리의 <아리랑>이 배경 음악으로 나오는 엔딩 부분은 애국심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평론가들은 ‘너무 노골적인 애국심에 호소한다’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는 “영화의 장점을 살려야지 왜 사람들의 집단적인 감정을 자극하는가. 지나친 애국주의는 곧 국수주의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한국 영화니까, 한국 영화치고 CG가 좋으니까 봐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대부분 심감독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에 무게를 두었다.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층의 심감독 팬들은 적극적으로 심감독을 옹호했다. 심감독이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눈물을 흘리는 등 감성적으로 호소한 것도 주효했다. ‘감성적인 눈물 효과’가 홍보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심형래 감독과 경기도는 <디워>의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 중이다. 심감독은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만나 <디워>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 건설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심감독은 “지리적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경기도 지역이 문화 콘텐츠 산업을 펼치기에 가장 적격이다. 영화 <디워>를 활용한 테마파크 조성 등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디워>는 한국 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CG 기술과 특수 효과가 가능성이라면 짜임새가 부족한 스토리는 한계이다.
<디워>는 오는 9월14일 미국에서 개봉된다. 한국 영화사상 최다 스크린인 1천5백개 이상을 확보했다. 미국 현지 배급은 프리스타일에서 맡았으며, 미국 공식 홈페이지(www.dragon-wars.com)도 열었다. 국내에서의 흥행이 미국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안방 태풍으로 끝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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