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찬 역세권 개발, 발 떼자 ‘삐끗’
  • 이석 기자 ()
  • 승인 2007.09.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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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상가 분양, 소송전 ‘얼룩’…입주자들 “분양계약서는 노예 문서였다”

 
코레일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역세권 개발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코레일은 최근 1백50층 규모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역세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초에는 부천 송내역을 복합상가로 탈바꿈시켜 주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분양 과정에서 각종 민·형사 소송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같은 공격적 행보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소송 당사자가 바로 상가 입주자들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시계바늘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레일은 지난 2005년 말부터 기존 송내역을 잇는 2층 규모의 복합상가를 개발해왔다. 계열사인 코레일개발이 시행을 맡았고,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이하 철도재단)이 분양을 총괄했다. 그러나 철도재단이 분양 대행사인 ㅂ사를 끌어들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회사 대표인 정 아무개씨가 수억원 대에 달하는 입주자들의 돈을 착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상과 달리 분양률이 50%를 못 넘기면서 자본금이 일찍 바닥났다. 어쩔 수 없이 입주자들에게서 받은 인테리어 비용을 분양 광고비나 회사 운영비로 전용했다”라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입주자와 분양 대행사인 ㅂ사, 시행사인 코레일개발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송내역 상가 계약자 대표라고 밝힌 민원기씨는 “분양과 인테리어 계약을 패키지로 묶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분양 대행업자인 정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시행사인 코레일개발에 대해서도 조만간 민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분양대행사 사기로 입주자 피해 속출
코레일개발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상가 분양 과정에서 입주자들이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가 분양을 위임받은 철도재단이 검증도 안 된 분양 대행사를 끌어들이면서 문제가 생겼다. 입주자들이 분양 대행사에 인테리어 비용을 지급한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코레일개발이 이번 송내역 개발 사업을 총괄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코레일개발은 현재 송내역을 시작으로 여러 개 역사에 대한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처음 시작한 사업이 각종 소송에 휩싸이면서 향후 사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입주자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화장품 코너를 운영 중인 서진경씨는 “철도재단이 분양을 대행하기는 했지만 결국 관리·감독은 시행사의 몫 아닌가. 계약 당시 코레일개발 직원이 자리에 동석한 만큼 어느 정도의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남정숙씨도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코레일이라는 공신력 있는 회사의 이름을 보고 계약을 했다. 코레일개발이 보여준 일련의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꼬집었다.
사실 입주자들과 시행사인 코레일개발 사이의 반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레일개발은 당초 9월까지 공사를 마치고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12월 말이 되어서야 준공 허가가 났다. 9월 입주를 예상했던 계약자들은 자신들의 계획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은 셈이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참고 넘길 만했다.
게다가 일부 목 좋은 곳을 잡은 상인들은 수천만원의 프리미엄까지 별도로 내야 했다. 이런 식으로 입주자들 호주머니에서 나간 돈도 수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밖에도 임대료나 관리비 외에 토지사용료, 주차사용료 등 갖가지 명목으로 돈이 새어나갔다. 결국 상가를 분양받은 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초기 입주자 중 절반 이상이 가게를 내놓게 되었다. 입주자 대표인 민원기씨는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보지 않은 것은 우리의 잘못이지만 노예 문서와 같은 계약서로 인해 상당수 입주자들이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매장을 내놓고 떠났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코레일개발의 한 직원이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입주자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것. 이로 인해 이 직원은 경찰에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부터 양측은 루비콘강을 건넌 듯이 보였다. 입주자들이 코레일개발 대표이사를 포함해 분양 대행업체인 ㅂ사 대표와 인테리어 업자 김 아무개씨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개발 관계자는 “최근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고소를 기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 차원에서 소송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는데 입주자들이 약속을 어겨 신뢰가 깨졌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확인한 결과 검찰은 최근 수사를 재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는 분양 대행업자인 정씨가 광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처분을 받은 상태이다.
입주자들도 그동안의 개별적 대응에서 벗어나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적인 법적 투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입주자는 “코레일개발이 송내역 이외에도 역세권 개발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추가 피해자를 막고 코레일개발측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법적 싸움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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