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신인 투수 방망이로 7년 ‘한’ 풀이
  • 김회권 기자 ()
  • 승인 2007.09.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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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릭 엔키엘
 
2000년 5월14일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박찬호는 그 해 최고의 피칭을 보였다. 8이닝 3안타 1실점에 삼진을 무려 12개를 잡아낸 것. 하지만 상대 팀의 어린 투수도 ‘장난 아니게’ 던졌다. 7이닝 4안타 무실점에 삼진은 아홉 개. 그가 역대 신인 투수 중 가장 뛰어난 재능 중 하나라고 평가받던 릭 엔키엘(R. Ankiel)이다.
엔키엘은 그 해 31경기에 출장해 11승7패 방어율 3.27을 기록하며 찬사를 받았다. 그래서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그에게 맡겼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 그를 덮친 것. 스티브 블래스라는 선수의 이름에서 유래한 증상으로 투수가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할 때 사용한다. 1차전 게임에서 2.2이닝 5볼넷 6폭투. 제구력이 없는 투수는 아무리 좋은 공을 던져도 쓸모가 없는 법이다. 이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그는 잊혀져갔다.
2007년 8월9일 엔키엘이 세인루이스 홈 경기장의 타석에 등장했다. 그리고 7회 2사 2,3루의 찬스에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날렸다. 7년 만이다. 한 번 올라가는 것조차 어려운 빅리그의 운동장을 그는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로도 밟는 영광을 누렸다. 눈물나는 노력이 뒷받침된 것은 당연하다.
기회를 잡은 엔키엘은 현재 날아오르고 있다. 한 경기 두 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지난 주까지 24경기에 출장 3할5푼8리의 타율에 9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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