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1.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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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수입사 진진 김난숙 대표 인터뷰 / 흥행 성공은 입소문 덕

 
예상치 못한 흥행몰이로 음악 영화 열풍을 불러일으킨 <원스>를 수입한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를 만나보았다. 영화사 진진은 예술 영화관인 하이퍼텍 나다를 운영하고 있으며,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2004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아무도 모른다>, D.H 로렌스 원작을 영화화한 <레이디 채털리> 등을 수입했다. 이들 영화는 규모가 작고 흥행과는 거리가 있지만 해외 영화제와 평단 등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원스>를 수입하게 된 이유는?
2007년 2월 베를린영화제 필름마켓인 <EFM>에서 처음 이 영화를 접했다. 음악이 괜찮다는 말 외에 다른 사전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봤는데, 앞부분 10분가량을 놓쳤는데도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마켓에서 영화를 볼 때 끝까지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원스>에는 끝까지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배급이 어려우면 ‘하이퍼텍 나다’에서라도 상영할 생각으로 판권을 샀다.
<원스>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가 있나?
디지털 시대에 영화에서도 CG 등의 기술 발전으로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중요한 시대이다.  <원스>는 이와는 확실한 차별점을 가진 영화이다. 정서도 아날로그적이다. <원스>의 등장인물은 모두 주변부에서 살아가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열정을 거리에서 쏟아붓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남자와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을 알아보고 사랑하지만 이민자로서 자신의 궁핍한 삶에서 탈출할 용기가 없는 여자의 사랑이 그려진다.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 사랑을 떠나보낸 사람 모두에게 어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관객 반응이 좋기는 하지만 그것이 바로 흥행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스>의 흥행 요인과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작은 영화이다 보니 광고 마케팅을 대규모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입소문에 주력했다. 시사회를 본 사람의 추천을 직접 받아서 다음 시사회에 초대하는 ‘추천 릴레이 시사’로 입소문 형성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영화의 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원스>의 주인공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원스>의 음악은 친숙한 멜로디에 주인공의 심정이 잘 녹아 있는 가사가 얹어져 영화를 잘 살려준다. 이는 남자 주인공이 작곡한 곡에 가사를 붙이기 위해 여자 주인공이 건전지를 사오는 장면에 잘 나타나 있다. CD 플레이어를 통해 들려오는 곡에, 후에 만들었을 가사가 실려 흘러나와 영화를 보는 관객이 그녀와 함께 듣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화면도 그녀의 귀갓길을 롱테이크로 표현해 음악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뮤지션 출신의 감독과 배우들이 자신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것 또한 강점이다. <원스>의 음악은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강하다. 거리의 악사가 주인공인 만큼 그의 음악은 거칠지만 살아 있고, 자신의 삶이 녹아든 가사는 영화와 잘 어울린다.
독립 영화로서 <원스>의 매력은? 또는 독립 영화의 매력은 뭔가?
독립 영화의 힘은 구태의연한 줄거리에서 벗어나 정형화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데 있다. 현실에 발을 디딜 수밖에 없는 독립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살아 있다. 영화의 진정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독립 영화의 힘이다.
한국 영화가 침체기에 놓여 있다. 국내에서도   <원스>와 같은 작품이 나올까?
물론 나올 수 있다. <원스>가 영화를 제작하는 분들에게 자극제가 되었다고 들었다. 한국 영화가 위기라고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새로운 영화들이 등장했다. 지금 상황도 위기라기보다는 한국 영화의 전환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의 힘과 진정성이 있는 영화라면 관객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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