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들었다 놓은 ‘미다스의 손’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 승인 2007.12.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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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펀드 돌풍’의 주역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시장 점유율 최고 기록…‘새로운 국부 창출’ 위한 해외 진출에도 박차

 
'미래에셋이 기침을 하면 한국 증시는 독감에 걸린다.’ 요즘 증권사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 중 하나이다. 어떻게 보면 미래에셋이 한국 자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정확하게 전하는 말이기도 한다. 
미래에셋을 현재의 위치까지 올려놓은 인물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다. 박회장은 경쟁사들의 허를 찌르는 상품 전략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10년 만에 미래에셋을 국내 최대 금융 그룹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그는 국내에 ‘펀드 신드롬’을 일으켰다. 과거 펀드 개념이 전무하던 시절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박현주 펀드’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뮤추얼 펀드가 위기를 맞자 이번에는 적립식 펀드를 개발해 증시의 간접 투자 시대를 이끌었다.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 점유율은 현재 32%이다. 2위 업체(8.3%)와는 경쟁이 안될 만큼 앞서 있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올해 경제계의 인물로 박회장을 선정한 것은 이런 객관적인 지표만으로도 타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박회장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도전 의식이 미래에셋 성장의 동력이라고 말한다.
“미래에셋은 사업 초기부터 비즈니스 분야에 일관되게 차별화를 적용해왔다. 우선 뮤추얼 펀드로 펀드 운용의 투명성을 시도했다. 단기 투자의 대명사인 스팟 펀드가 대세일 때는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 펀드로 장기 투자를 외쳤다. 또한 적립식 투자에 소극적일 때는 적립식 투자를 일반화해서 펀드 대중화를 이끌기도 했다. 이같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온 것이 성장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와 같이 ‘튀는’ 전략으로 박회장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기존 금융사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다 보니 질시의 시선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쉴 새 없이 달려오면서 발목을 잡는 이런저런 소리들이 나올 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미래에셋은 소수의 시각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성장해왔다. 이같은 시도는 장기적인 전략 아래 수많은 연구와 검토, 준비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실체적인 접근 없이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부분만을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해의 부족이 느껴질 때가 가장 힘들었다.”
요즘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 쏠림 현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미래에셋의 한 펀드 매니저가 선행 매매를 통해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련주가 급락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소문이 잠잠해지자 하락했던 주가는 다시 오르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회장은 ‘쏠림’이라는 표현에 대해 못마땅해 한다. 국내 자산 운용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시장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가 평소 주장하는 논리이다.
“미래에셋 쏠림 현상을 놓고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미래에셋 자산의 상당 부분은 수백만 계좌의 적립식 펀드를 통해 들어온 장기성 자금이다. 단기 시장 움직임에 따라 대량 환매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산 포트폴리오도 잘 되어 있다. 올해 증가한 주식형 수탁액의 50% 정도가 해외에 투자되어 있다. 우리나라 자산운용 시장 규모가 더 성장해야 하는 마당에 쏠림 현상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그는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충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에셋은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을 운용한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는 잘못된 정보나 루머에 더 몰입하는 것 같다. 최근 관련주가 급락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금융 상품도 수출 효자 상품으로 거듭나야”

그는 출시 4개월 만에 수조원의 대박을 터뜨린 인사이트 펀드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인사이트 펀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 자산이나 지역에 투자하는 자산 분배형 펀드이다. 미래에셋은 이미 인사이트 펀드 이전에 1조원 이상의 대형 펀드를 10개 이상 운용한 경험이 있다. 특히 ‘미래에셋 차이나 솔로몬 펀드’의 경우 5조원이 넘는 대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탁월한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박회장은 요즘 제2의 창업을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은 최근 영국 런던에 이어 미국 진출도 계획 중이다. 그에게 해외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자본 수출을 통해 새로운 국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고객의 안정적인 자산 운용과도 직결된다. 마침 올해가 미래에셋 창립 10년째 되는 해여서 의미는 더욱 크다.
“미래에셋은 지난 3년간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 진출해 글로벌 경쟁사들과 경쟁하며 압도적인 운용 성과를 보여왔다.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머징마켓에서 운용되는 다양한 상품들을 선진국 시장에도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룩셈부르크가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민소득을 유지하듯 우리나라도 이제 금융을 성장 산업이자 수출 산업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되었다.”
박회장은 최근 해외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1년에 절반 정도는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자와 e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했을 당시에도 그는 유럽에 머무르고 있었다.
“미래에셋의 투자 지역은 이제 전세계이다. 해외에 머무르는 동안 해외 법인을 점검하고 향후 진출 지역에 대해 검토하며 투자 대상 지역 진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미래에셋그룹의 성장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좀더 만족할 만한 수익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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