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부르는 ‘검은 천사’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7.12.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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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 어린이 합창단

 
“아빠와 엄마는 돈 벌러 지방에 갔다. 집에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힘들다. 엄마와 밥 먹는 것이 소원이다.” (에릭 기딘지ㆍ13)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아빠와 엄마가 나를 슬럼가에 버리고 가버렸다. 동생과 나는 1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셀리스튼 아코스ㆍ14ㆍ여) “아빠는 2003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버는 한 달 수입은 10만원. 이 중 4만원을 집세로 내고 나머지로 일곱 식구가 생활한다.” (라우렌스 온양고ㆍ14)  아프리카 케냐의 초등학생 35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지라니 합창단원인 이들은 지난 11월29일부터 전국 순회 공연 중이다. ‘지라니’라는 말은 스와힐리어로 ‘이웃’이라는 뜻. 이들은 아프리카 전통 민요와 춤은 물론 <아리랑>과 <도라지타령> 등 우리나라 민요도 부른다. 수익금 전액은 해외 빈곤 아동 지원에 사용된다.
합창단이 꾸려진 때는 우리나라의 자선단체인 굿네이버스가 케냐 어린이 지원 활동을 벌이던 지난해 여름이다. 아이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지역 내 25개 초등학교 학생들을 모아 합창단을 꾸렸다. 굿네이버스는 단장과 상임 지휘자를 현지로 파견해 합창단을 정식으로 창단했다. 이들은 지난 6월 케냐 정부수립일을 기념해 대통령궁에서 공연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 합창단의 임태종 단장(58)은 “지라니 합창단원 85명 중 출생신고가 된 아동이 11명밖에 없어 비자를 발급받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 내한한 어린이 35명 중 한 아이의 다리는 심하게 곪아 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다리를 절단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 오고 싶어서 썩어가는 다리의 아픔을 참았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올 연말까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20회 공연을 마치고 내년 1월 중순 케냐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 아이들은 세계 3대 슬럼 지역으로 꼽히는 케냐의 고로고초 마을에 산다. 쓰레기장이라는 의미의 고로고초 마을은 케냐 나이로비의 모든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그곳 아이들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장을 뒤지는 일이 일상 생활처럼 되어 있다. 이 마을 주민 상당수가 100달러 미만으로 한 달 살림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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