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탱크’의 신형 엔진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7.12.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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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더 역할 할 40대 신진 세력 ‘주목’…서울시·언론인 출신 등이 주축

 
 
여의도의 정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이명박 사단’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명박 사단’은 크게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선거대책위원회 고문, 박희태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원로 그룹, 이재오·박계동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으로 상징되는 개혁 그룹, 정두언·박형준·주호영·임태희 의원 등이 주축을 이룬 소장 그룹, 그리고 40대 신진 그룹 등이다.
원로 그룹은 막판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당선자가 이른바 ‘이명박 특검’을 받아들이는 과정 등 고비 고비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선대위 고문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최고문은 “애초 55% 득표해 2위 후보와 20% 차로 이긴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55%를 득표하지는 못했지만 20% 차이라는 차선의 목표는 달성했다”라고 말했다.
최고문은 사람들이 밀려들고 이런저런 말이 나올 조짐을 보이자 12월21일 자신의 여의도 사무실을 폐쇄했다. 이부의장과 최고문은 대학 시절부터 친구였다. 자문·판단에 이당선자는 이들의 의견을 많이 참고했다.

합류한 경로는 제각각

개혁 그룹은 이재오 의원이 대선 전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전면에서 물러나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의원을 중심으로 세력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이의원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다시 세력을 회복하는 모양새이다. 소장 그룹과 40대 신진 그룹은 실제 현장을 움직인, 허리 역할을 한 주역들이다. 이들이 향후 ‘이명박 정부’를 이끌 신형 엔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시사저널>은 이명박 정부에서 미드필더 역할을 할 ‘40대 신진 세력’에 주목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일’로써 이당선자에게 검증받은 이들은 앞으로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다양한 방면에 진출해 이명박 정부를 앞장서서 이끌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주축 세력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명박 사단’에 합류한 경로는 제각각이다. 서울시에서 이당선자와 함께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도 있고, 언론사에서 일하다가 합류한 이들도 있다. 개인적인 인연을 통해 뛰는 인사도 있다.(오른쪽 표 참조)
서울시 출신으로는 강승규·김희중·박영준·정태근·조해진 씨가 꼽힌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보좌관을 지내다 서울시 정책보좌역으로 합류한 박영준 네트워크팀장은 전국을 돌며 조직 작업을 했다. 특히 호남 지역을 수십 차례 방문하는 등 각별히 공을 들였다. 그는 “호남에서 두자릿수 득표를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강승규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서울시 홍보기획관으로 있을 때부터 이당선자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정태근 수행실장과 조해진 공보특보도 진작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는 경향신문 부국장을 지낸 박흥신 공보단 총괄팀장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방 언론사를 상대로 홍보에 전념한 김좌열 공보단 지방팀장도 주목된다. 자문 교수 중에서는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도드라진다. 47세인 곽교수는 부친이 이당선자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을 맡아 모든 정책이 그의 손을 거쳐 가시화했다. 국제전략연구원 출신인 김영우 정책부실장이 곽교수를 도왔다.
이 밖에 온갖 궂은 일을 해낸 김해수 비서실 부실장, 윤여준 전 의원 보좌관과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냈고 한나라당의 전략가로 불리는 이태규 전략기획팀장은 고비마다 흐름을 잘 잡아내 각종 현안에 잘 대처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대표를 지낸 권택기 스케줄팀장은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도 눈독을 들여 여러 차례 영입하려고 했을 정도로 주목되는 인물이다.
은진수·오세경·조봉규 변호사는 법률지원을 맡아 범여권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선봉에 섰다. 경기도에서 경력을 쌓은 ‘기획통’인 김성식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와 경윤호 전 경기도 공보관도 각각 조직기획팀장과 조직지원팀장을 맡아 실력을 발휘했다. 홍보기획팀을 이끈 이우찬 팀장은 제일기획 광고국장 출신인데 지난 9월 공식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 홍보 분야를 이끌었다. 박정하 공보특보는 김윤옥 여사를 수행했다.

 

인수위·총선 출마·제3의 길 등 세 갈래로 진로 갈릴 듯

이들이 ‘이명박 사단’에 합류하게 된 경로는 곽승준 교수나 박영준 팀장처럼 직접 이당선자와 관계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정두언 선대위 총괄전략기획팀장과 연결되어 있다. 이당선자의 최고 측근으로 꼽히는 정의원이 40대 신진 세력의 ‘대부’인 셈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당선자가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이후 정의원이 사람들을 모았다.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하기 위해 인재들을 영입한 것이다. 지금 활약한 많은 사람들이 이때 합류했다”라고 말했다. 신진 인사들이 정의원을 통로로 해서 이당선자 측에 합류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사단’의 허브 역할을 하는 정의원은 구조적으로 앞으로 중심적인 위치에 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언론인 출신 가운데는 이동관 공보특보를 통로로 해서 합류한 이들이 여럿이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들 40대 신진 그룹이 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위로 들어가는 그룹과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그룹 그리고 제3의 길을 찾는 세 갈래이다. 이당선자가 정권 인수위원회를 철저히 실무 중심으로 꾸리겠다고 밝힌 만큼 인수위에는 이들 40대 신진 세력이 대거 포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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