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적자 돌아설 전망…매각 구도에도 악영향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 승인 2008.01.02 12: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이닉스, 너마저?”

 
‘하이닉스, 이미 어두운 터널은 시작되었다.’ 최근 국내 한 증권사가 내놓은 보고서 제목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하이닉스는 ‘부실덩어리’의 대명사처럼 인식되었다. 적자에 허덕이면서 경영난이 가중되자 해외 업체에 헐값으로 매각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살을 깎는 구조 조정 노력과 기술 개발로 2003년 후반기부터 부활극을 연출했다.
이른바 ‘블루칩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는 웨이퍼 4만 장을 생산한 능력을 가진 공장에서 8만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사실상 보이지 않는 라인을 하나 더 가지게 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기술 개발을 통해 하이닉스는 2006년부터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려왔다. 이같은 분위기는 2006년 3월 김종갑 사장이 부임하면서도 이어지고 있다. 김사장은 취임과 함께 그동안 진통을 겪었던 이천 공장 증설 문제도 무리 없이 해결했다. 기존 알루미늄 공정을 구리 공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정부로부터 이끌어냄으로써 사실상 증설과 맞먹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이다. 최근에는 6천억원의 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추가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 폭락 사태로 오랜만에 마련한 회생의 발판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박정욱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41.5%나 하락했다. 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고는 있지만 27% 수준의 평균 판매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4분기 원가 절감률이 10% 수준이 되어도 영업 이익은 흑자가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도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그다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집계된 시장 조사 기관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D램과 낸드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업체가 생산량 감축이나 설비 투자 축소 및 연기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D램의 공급 과잉 현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2008년 상반기까지 하이닉스의 적자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악재 돌출이 최근 매각을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이닉스 매각 건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하이닉스 매각은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의 경영난 악화는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M&A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하이닉스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은행 관리를 받으면서도 기술 개발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존력 테스트를 받게 되면서 총체적인 위기를 맞게 되었다. 
관료 출신으로 공장 증설 등 현안들을 부드럽게 풀어낸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도 최근 직원들에게 “산이 높으면 골도 깊기 마련이다. 어차피 가격 파동은 공급 과잉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참에 시장이 좋은 쪽으로 정비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낙관론을 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