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우주 발사체 올해 말에 실현될까
  •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
  • 승인 2008.04.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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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연료 로켓 엔진 기술 이전 안 하려는 러시아 때문에 차질 우주 운송 시스템 확보해야 온전한 우주 개발 가능해

 

올해에는 20년도 안 되는 짧은 우리나라 우주 개발 역사의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하고 오는 9월에는 전남 고흥에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를 설치한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된다. 이어 12월 말에는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과학기술위성 2호를 우리의 우주 발사체인 소형위성발사체(KSLV-1)로 발사하게 된다. 실질적인 우주 개발국 반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인공위성과 발사체의 자립 개발 능력 및 발사장(우주센터)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우주 개발 자립 능력을 모두 갖춘 나라는 아직 8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짧은 우주 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저한 기술 발전을 이룩했다. 최근에는 국가 우주 개발 예산이 연간 3천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1995년 우주기술 자립화와 우주 산업화를 목표로 범 부처 사업인 다목적 실용 위성(아리랑 위성) 개발을 시작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아직 위성 기술의 산업화 목표는 명확히 달성하지 못했지만, 고성능의 위성 탑재체를 제외하고는 국가적으로 소요되는 위성 임무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와 있다. 2006년에는 지상의 가로×세로 1m의 물체를 식별할 정도로 높은 해상도의 영상을 제공하는 아리랑 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개발·발사해 운영 중에 있다. 현재는 해상도 0.7m급의 고해상도 전자광학영상 위성인 아리랑 위성 3호, 1m급의 전천후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레이더영상 위성인 아리랑 위성 5호도 정부 주도로 개발 중에 있다. 아직 고해상도 전자광학 위성 카메라의 완전 자립 개발 능력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우리가 책임을 지고 개발할 정도의 인프라는 구축하고 있다.

발사체 시스템 통합 등 발사 운용에서도 실질적 경험 갖추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우주 발사체 기술에서는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인공위성을 우주까지 운송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의 로켓으로 구성되는 우주 발사체가 필요하다. 50여 년 이상의 우주 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주를 비행할 수 있는 운송 시스템으로는 화학 로켓이 유일하다. 우리나라의 로켓 관련 기술 개발은 1975년 국방과학연구소의 국산 미사일 개발과 연계되어 지난 30여 년 동안 이루어졌다. 이들 미사일은 모두 고체 추진제를 사용한 로켓이다. 순수 민간용 고체 로켓으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서 1993년 발사한 1단형 과학로켓-1(KSR-1), 1997년과 1998년에 발사한 2단형 과학로켓-2(KSR-2)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고체연료 로켓 분야에서는 선진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액체연료 로켓의 경우는 고난이도 기술과 경험 부족으로 상당히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서 1990년대 말부터 과학로켓-3(KSR-3) 액체연료 로켓 엔진을 개발했으나, 추진제 공급 방식 및 구조 중량비 등의 기술적 제약으로 우주 발사체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1998년 북한이 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하는 대포동 1호 발사를 계기로 우리 정부도 한국형 우주 발사체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래서 태동한 사업이 소형위성발사체(KSLV-1) 개발사업이다. 그 당시 대형 액체연료 로켓 엔진 개발을 위한 국내 인프라 및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최고 수준의 발사체 및 액체연료 로켓 엔진 기술 전수를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개발을 선택했다. 대형 액체연료 로켓 엔진 기술은 러시아, 미국 등 몇 나라가 독점하고 있는 기술이다. 개발 사업 중간에 러시아가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이라는 준수 사항을 요구하며 사업이 지연되기도 했다. 액체연료 로켓 엔진 기술 유출을 꺼리는 러시아가 자국의 액체연료 로켓 기술의 해외이전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우리나라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1단 대형 액체연료 엔진을 기술 이전 없이 그냥 직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소형 위성 발사체 개발 사업의 추진 방법 및 유효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형 액체연료 로켓 엔진 기술 외에도 여러 가지 핵심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우주 발사체와 같은 대형 복합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발사체 시스템 통합 및 시험 능력이 요구된다. 미국이나 러시아의 우주 발사체 제작 회사들은, 로켓은 자국의 엔진 회사에서 구매해 발사체 시스템을 통합하고 검증해 발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우주 발사체의 발사 운용도 실질적 경험을 통하지 않고서는 습득할 수 없는 기술 중의 하나다. 이번 소형 위성 발사체 개발 사업을 통해 1단 대형 액체연료 로켓 엔진 기술의 확보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선진국 기술 이전은 제한적…완전 자립 개발 청사진도 나와

 

정부는 지난해에 발표한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서 우주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해 2017년까지 한국형 발사체(KSLV-2)의 완전 자립 개발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현재 우주 기술은 거의 대부분 군사기술로 분류되어 있어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 이전이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액체연료 로켓 엔진의 경우 탄도미사일로의 전환이 용이하기 때문에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의 규제 대상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정부는 우주 개발 사업 세부 실천 로드맵을 발표하며 달 탐사를 포함한 야심찬 우주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2020년까지 달 주위를 선회하는 궤도 탐사선을 보내고, 2025년에는 달 착륙선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달 탐사와 같은 우주 탐사에서의 핵심 기술은 이들 탐사선을 달이나 행성에 보낼 수 있는 우주 운송 시스템의 독자 개발 여부다. 2017년까지 한국형발사체를 성공적으로 개발한다고 할지라도 달 탐사용 발사체 개발에는 추가의 로켓 엔진 및 고성능의 전기추진 시스템과 같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외국의 발사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우리 기술로 개발한 우주 운송 시스템이 확보되지 못하면 반쪽짜리 우주 탐사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우주 개발 사업은 첨단 과학기술의 산실인 동시에 국제 정치의 주도권과 안보 문제가 연계된 전략적 영역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인도, 브라질, 이스라엘 등 대다수 국가들이 경제력에 상관없이 국가 차원에서 우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푸트론(Futron) 사에서 올해 3월에 발간한 <우주 개발 경쟁력 백서>는 유럽을 한 국가로 산정할 경우에 한국을 세계 10대 우주 개발국으로 분류하였다. 우리나라가 위성 개발 기술 능력, 국가 경제력과 정부의 우주 개발에 대한 투자 계획 등이 고려되어 우주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쟁력 있는 국가로 인정받은 것이다. 우주 발사체의 자립 개발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충분한 타당성과 명분이 필요하다. 세금을 사용하는 만큼 국민적 동의도 요구된다. 과학기술 개발자들은 개발비를 최소화하고 고부가가치의 파급 기술을 생산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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