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라인’의 한국, 거식증 안전지대 아니야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4.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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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프랑스 하원은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유도하는 패션 잡지, 광고회사, 인터넷 사이트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발효되면 혐의가 인정될 경우 3만 유로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거식증을 유도해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에는 벌금과 형량이 각각 4만5천 유로와 징역 3년 이하로 늘어난다.
지난해 9월 스페인에서는 체질량지수(BMI) 18 미만인 모델의 패션쇼 출연을 금지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18 미만이면 저체중으로 분류되며 여성에게 무월경을 유도할 수도 있다. 프로필에 나온 키와 몸무게를 믿는다는 전제 하에 한국의 대표 ‘S라인’ 연예인 전지현, 김혜수, 현영 등의 체질량지수를 계산해보면 모두 18 이하가 된다. 한국의 대표 연예인들이 스페인의 패션쇼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얘기다. 할리우드의 여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한때 건강미를 자랑했던 키이라 나이틀리, 케이트 보스워스 등의 최근 깡마른 몸매는 그녀들의 체질량지수를 궁금하게 한다.
패션쇼의 런웨이를 누비는 키 크고 늘씬한 모델과 유행을 선도하는 연예인들이 10대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이들의 모습에 ‘미의 기준’은 계속해서 변화해가고, 10대들은 그들의 몸매에 가까이 가려고 무리한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무리한 다이어트에서 오는 거식증은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정신질환이다. 최근 몇 년간 우루과이의 루이젤, 엘리아나 라모스 자매와 브라질의 카롤리나 레스톤과 같은 어린 모델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레스톤은 1백72cm의 키에 40kg의 몸무게임에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프랑스나 스페인에서 법규까지 만든 것도 왜곡된 ‘미의 기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거식증 같은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거식증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S라인’을 만들기 위한 다이어트 관련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실제 길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도 점점 날씬해지고 있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거식증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여성들을 돌아볼 때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행되고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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