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흡연이 자궁암 발생률 높인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5.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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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표 건국대병원 교수 / “상피내종양이 암으로 발전하는 데 10년 걸려…이 기간 내 발견하면 100% 완치”

자궁암은 여성에게만 걸린다는 사실 말고도 일반 암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상당 부분 원인이 밝혀졌고, 예방 백신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전세계에서 1분 사이에 2명이 사망할 정도로 여성에게는 여전히 치명적인 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 약 4천5백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1천4백여 명이 사망한다.

자궁은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지만 한 번 암이 생기면 생명을 빼앗는 기관이기도 하다. 자궁암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치료가 가능하다. 즉, 임신이나 출산의 꿈을 접어야 하기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삶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자궁암의 대가로 불리는 이효표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산부인과와 친해질 것을 주문한다. 40년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자궁암을 진료하고 연구한 이교수는 지난해 정년 퇴임했다. 쉴 때도 되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그는 다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교수를 따라 병원을 옮긴 환자도 수십 명이나 된다. 그는 자궁암 수술은 물론 관련 연구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전문의다. 그로부터 자궁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최신 진료법에 대해 들어본다.

일반 암과 구별하는 자궁암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자궁암은 암 중에서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진 병이다. 자궁암이라고 하면 90% 이상이 자궁의 입구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을 의미한다. 나머지는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이 차지한다.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생긴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가 발견되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우리 몸속에 있는 암 억제인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암이 생겨도 방어를 하지 못한다.
여성은 50세까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80%가 넘는다. 거의 대다수 여성이 HPV에 감염되는 셈인데,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HPV는 형태에 따라 100여 종이 있는데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그러나 16형(type)과 18형 등 일부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 이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상피내종양을 일으킨다. 암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상피조직에서 자라는 형태의 상피내종양 중 일부가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는 데는 약 10년 정도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 기간 내에만 발견해 치료하면 100%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암을 키운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HPV의 감염 경로는 어떤가?
HPV 감염은 주로 성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여러 이성과의 문란한 성관계가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 또 20세 이전 청소년기의 성관계·경구피임제 복용·흡연 등은 HPV 감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산 경험이 적은 여성보다 많은 여성일수록 감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원인이 밝혀졌다면 예방도 가능하지 않은가?
다행스럽게도 자궁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있다. 이 백신으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HPV 16형과 18형을 99% 이상 예방할 수 있다. 단, 초경이 시작된 이후 첫 성관계 이전에 접종해야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가다실(Gardasil)이라는 백신도 시판되고 있다. 16·18형에 추가로 6형과 11형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다. 이 두 가지 백신 모두 9~26세의 성경험이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27~45세 여성, 즉 성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도 효과를 내는 백신이 이미 개발되어 있는데 수년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HPV에 감염되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암으로 진행된 후에나 증상이 나타난다. 비교적 초기 증상이라고 한다면, 성관계 후 출혈이 생기거나 피가 섞인 질 분비물이 나온다.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질 경우라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따라서 자궁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산부인과와 친해져야 한다. 산부인과를 임신과 출산 때에만 찾는 병원으로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상식이다. 20세 이상으로 성 접촉의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는 정기 검진이 꼭 필요하고, 30세 이상은 6개월에 한 번씩 검사해야 한다. 산부인과에서 세포진검사(Pap smears)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감염이 확인되었다면 HPV 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 양성일 경우 질확대경검사 등을 통해 자궁경부암 여부를 확인하는 순서로 진단받아야 한다.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은 무엇인가?
암 전 단계(상피내종양)나 1기 중에서도 초반기에 발견하면 ‘원추형 절제술’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육안으로 암을 확인할 수 없고 현미경으로나 관찰할 수 있다. 조직검사를 통해 암이 확인되면 자궁경부를 원추형으로 절개하는데, 자궁을 들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술 후 임신과 출산도 가능하다.
1기 후반기 이후로 발전한 경우라면 복강경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배꼽 주위에 1cm 이하의 구멍을 여러 개 뚫어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복강경 수술을 할 때 복부에 가스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폐나 간 등 다른 장기가 건강해야 한다. 암의 크기가 크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개복 수술을 한다. 자궁경부암은 1기 초반기 이전에 발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궁을 들어내야 한다. 자궁을 제거한다는 것은 여성으로서 매우 수치스러울 수 있지만 임신할 계획이 없는 여성이라면 암의 재발과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자궁을 들어내는 것이 좋다.

자녀를 출산해야 할 여성일 경우도 자궁을 제거해야 하는가?
자궁은 임신과 생리 이외에 다른 기능을 하지 않으므로 수술로 들어내도 일상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성생활이나 배뇨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재발이나 전이 가능성이 클 경우에는 자궁을 들어내는데, 이에 앞서 환자와 충분히 상담을 거친다.
만일 출산 전 여성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경우에는 재발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궁을 제거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임신 7개월의 산모에게서 자궁경부암이 발견되었지만 자궁을 살려서 산모 치료를 하고 아기도 무사히 출산시킨 경우가 있다.
자궁을 들어내면 여성의 성기능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이야기이므로 현혹될 필요가 없다. 여성호르몬 생산은 난소에서 이루어져 수술 후에도 여성호르몬 분비 기능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자궁암의 발생 빈도는 줄어드는 추세다.


자궁암의 위험도는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궁암 전 단계인 상피내종양의 발견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피내종양은 암은 아니지만 이 중에서 일부가 암으로 발전한다. 자궁암이 제대로 통계에 잡히지 않아 전체적으로 발생 빈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비만 여성과 자궁암의 관계는 어떤가?
비만일수록 자궁암에 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체질량지수를 20~2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만일 지수가 35 이상이면 딱히 자궁암이 아니더라도 자궁 자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지방·고섬유 식단에 의존하는 식사를 하고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흡연과 음주는 자궁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HPV가 성관계로 전염된다면 성관계를 하지 않는 여성은 자궁암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성관계가 없는 여성이라면 자궁경부암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성관계를 하지 않은 여성이라도 자궁내막암에 걸릴 수 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 점막에 생기는 암으로 주로 출산 경험이 없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에게 자주 발생한다. 자궁내막암 환자의 90%는 질 출혈을 보인다. 자궁경부와 달리 자궁내막에서는 조직을 떼어내기가 쉽지 않아 세포검사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기적인 진단을 받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암이다. 발견했을 때에는 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여서 대부분 자궁과 양측의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자궁내막암은 우리나라보다 서양에서 자주 발생하는 암이다. 그러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자궁경부암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자궁내막암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성관계가 없는 여성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난소암도 흔한 암은 아니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암 역시 조기에 발견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웬만큼 커져도 환자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암세포가 8cm 이상으로 커지면 다른 장기를 눌러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 정도면 이미 난소암 3기에 해당한다. 수술을 해도 5년 동안 살 수 있는 가능성이 20%도 되지 않는다. 난소암에 대해서는 원인이나 치료법 등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조기에 발견하는 것만이 최선의 진료 방법이다. 정기적인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가 도움이 된다. 혈액검사로 혈액 속의 종양표지물질인 CA-125의 수치가 난소암 판단 기준이 된다. 난소암은 수술 후에도 항암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자궁암은 아니지만 자궁 내 질병이 많은 것으로 안다.
대표적인 것이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은 여성 자궁에 생기는 가장 흔한 양성 종양이다. 암은 아니지만 1% 정도가 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40대 여성의 50% 정도에서 자궁근종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기는 위치에 따라서 자궁 밖으로 돌출되는 장막하근종, 자궁근육 내에 생기는 근종, 자궁강으로 돌출하는 점막하근종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궁근종은 성관계나 출산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다만 유전적·체질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궁암은 전염이나 유전이 되는가?
암 자체는 전염되지 않고 HPV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는 자궁암은 유전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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