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막으려 채식 고집 방울토마토도 매일 먹어”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6.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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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3년 만에 완치 판정 받은 유재구씨
유재구씨(왼쪽)와 그의 동생 두 명 모두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다.


“정기 검진을 받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전립선암인 것 같다. 나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했는데 정기 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암을 발견했다. 시간이 나면 검진받겠다고 생각하면 평생 받지 못한다. 미리 병원에 검진 예약을 해두고 꼭 검진받기를 권한다.”

유재구씨(71·사진 왼쪽)는 4년 전 청천병력 같은 전립선암 선고를 받았던 당시의 심경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유씨는 술과 담배는 아예 하지도 않았고, 매일 운동으로 건강을 다져왔다. 그렇지만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암은 피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지난 2004년 매년 해왔던 것처럼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검진 결과는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충남 당진에서 낚싯배 임대업을 하고 있는 유씨는 “인천에 사는 딸이 건강검진을 신청해주어서 지난 10년 동안 검사를 받아왔다. 그날도 인천에 있는 건강검진센터에서 보통 때처럼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의사가 전립선이 이상하다며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설마’는 현실로 나타났다. 인천 길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후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다. 4인승 낚싯배 임대업을 하다가 그 며칠 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12인승 낚싯배를 구입했었다. 그러나 배를 바다에 띄워보지도 못하고 덜컥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할 처지가 된 것이다. 유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억울했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조기 암도 아니고 2기를 넘어선 암이라니…”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는 전립선이 뭔지도 몰랐고, 암이라는 말에 죽는 줄로만 알았다. 이미 고령인 데다 암이 림프절까지 번져 있으니 수술을 해도 살 가망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결국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체념했다. 그는 “체념하니 마음은 편해졌다. 결국 수술을 받기로 하고 국립암센터에 입원했다. 며칠 후 수술대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수술을 준비하던 간호사들도 나를 부둥켜안고 같이 울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시는 가족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는 비장한 마음으로 임했던 수술이 8시간 반 만에 끝났다. 배꼽에서부터 성기 윗부분까지 개복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유씨는 “수술할 때 피도 많이 흘렸고 림프절도 많이 제거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수술 후 누웠다가 일어서면 내장이 아래로 쏠려 아랫배가 죽을 것처럼 아팠다”라고 했다.

수술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유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에 MRI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나를 수술했던 이강현 원장이 암은 끝났으니 염려하지 말라는 기쁜 결과를 전해주었다. 새로운 삶을 얻은 것처럼 기뻤다”라고 말했다.

수술 후 기력이 예전보다 약해지고 딱딱한 곳에 앉으면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조금 지리는 증세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 유씨는 식이요법에 충실하고 있다. 그는 “지방을 제거한 고기도 가끔 먹지만 주로 채소로 식단을 바꾸었다. 특히 전립선암 예방에 좋다는 방울토마토를 매일 먹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씨와 그의 동생 두 명 등 삼형제가 모두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다. 유씨 삼형제는 전립선암의 유전 관계를 연구하는 의학계를 위해 정기적으로 혈액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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