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는 어땠나 / GS건설 떴고 포스데이타 급락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8.06.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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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조선 업계 부상, IT업계는 부진 STX 계열사 3곳 성장세 눈부셔

▲ 노무현 정권 때도 기업들의 부침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지난 2003년 2월25일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서도 수많은 기업이 일어서고 가라앉았다. 일부 기업은 정부로부터 유형·무형의 혜택을 입으면서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 반면, 몇몇 기업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난 2003년 2월28일과 노무현 정부가 물러난 2008년 2월28일 사이 시가총액 상위 100위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기업은 GS건설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단숨에 73계단을 뛰어오르며 시가총액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7조7천억원으로 건설업계의 후발 주자임에도 경쟁 업체인 대우건설(6조6천5백억원), 현대산업개발(5조3천억원), 대림산업(5조2천9백억원)을 모두 앞질렀다. 주가(2008년 2월28일 종가)도 12만원으로 동종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두산중공업ᆞ대우인터내셔널 성장 눈에 띄어

두산중공업도 노무현 정부에서 급성장했다. 특히 지난 2005년 2월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하면서 고속 성장의 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시가총액은 14조4천억원으로 노무현 정부 초기의 7천6백억원에 비해 20배나 불어났다. 덕분에 시가총액 상승률 순위도 48계단이나 뛰어오른 12위를 기록했다.

대우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등 종합상사들은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두 회사는 SK그룹과 대우그룹의 수출 무역 창구로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대우 사태’와 ‘SK글로벌 사태’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곤욕을 치렀다. 지난 1998년(대우인터내셔널), 2003년(SK네트웍스) 각각 채권단의 공동 관리를 받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피나는 구조 조정과 함께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5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현재 시가총액은 3조3천3백억원에, 순위는 60위로 처음으로 100위권에 진입했다. 이듬해인 2006년 SK네트웍스도 채권단 공동 관리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 회사도 시가총액 4조3천2백억원으로 45계단(55위) 상승해 처음 100위권에 들어왔다.

이밖에 LS전선(3조원), NHN(10조7천100억원), 현대중공업(29조9천100억원), 현대미포조선(5조5천억원) 등이 각각 35계단, 31계단, 22계단, 24계단 상승하면서 시가총액 상승률 10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업종별로는 철강 및 조선 업종의 성장이 가장 눈에 띈다. 성장률 상위 10위 업체 중에 세 곳이 조선 업종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에서도 철강 및 조선 업계는 13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곳이 STX그룹이다. 지난 2001년 5월 강덕수 당시 쌍용중공업 대표가 한누리컨소시엄에 인수된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이 STX그룹의 모태가 되었다. 강대표는 STX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이후 STX는 STX조선(전 대동조선), STX에너지(전 산업단지 관리공단), STX팬오션(전 범양상선)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사세를 급속히 불려나갔다. 증시 상장 일자가 대부분 2004~2007년이기는 하지만 주력 기업 세 곳이 각각 50위와 69위, 81위에 랭크되었을 정도로 성장세는 눈부셨다. 그래서 STX의 성장을 놓고 정권의 특혜를 입은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SDIᆞ엔씨소프트 등 IT 대표 기업 점유율 급락

건설 및 중공업 업종도 이 기간에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성장률 상위 10위 업체에 두 곳,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에서도 10곳이 랭크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 효자 산업인 IT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성장률 8위에 오른 NHN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순위에서 밀려나갔다.

지난 6년간 시가총액 하락률이 가장 높은 곳도 국내의 간판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포스데이타(33위)였다. 지난 2003년 2월28일 기준으로 포스데이타는 시가총액 1조5천7백36억원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굴뚝 기업인 한진해운(37위), 삼성중공업(41위), 현대엘리베이터(74위), 금호산업(85) 등을 시가총액 면에서 압도했다. 그러나 6년여가 지난 지금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삼성SDI 등도 지난 6년간 시가총액 순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앞세워 국내 1위 게임업체에 올랐다. 지난 2003년 5월에는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옮기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시가총액 8천4백억원으로 NHN과 함께 IT업계의 쌍두마차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최근 후속작이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주가도 하락곡선을 그었다. 결국, 시가총액 순위 52위에서 최근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삼성SDI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1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 적자 폭을 많이 줄이기는 했지만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삼성SDI의 시가총액은 3조2천4백억원으로 18위를 차지했다. 6년이 지난 현재의 시가총액은 오히려 3조3백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순위도 63위로 45계단이나 밀렸다.

이밖에 MP3 제조업체인 레인콤, 포털 업체인 다음, 복사기 업체인 신도리코 등이 한때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가 지금은 모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상위 20위권 내에서도 IT 기업은 시가총액 면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8위), LG전자(9위), KT(13위), 하이닉스(16위) 등 주요 통신 및 전자,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순위가 2~10계단 밀려났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조선, 철강 등 중국 관련주들이 시장을 이끌면서 반도체, LCD 등 IT 종목이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았다. 이로 인해 IT 기업들의 시가 총액 순위가 전반적으로 내려간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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