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멘토는 영원한 멘토인가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06.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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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대통령과 자주 ‘안가 모임’…야권 등 “언론 장악 음모의 몸통” 주장

ⓒ연합뉴스

지난 4월 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출입 기자 몇 명과 저녁식사를 했다. 이날 그는 “이명박 대통령(MB)의 멘토(mentor·정신적 후견인) 역할을 현재도 계속 하느냐는 질문이 있는데, 이미 MB는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레벨 차이가 벌어져 멘토 역할이 사실상 어렵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이후 행보를 보면 그때의 발언은 다분히 연막 전술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 5월10일 청와대 안가 모임에 참석해 구설에 올랐다. 한나라당에서조차 “최위원장이 너무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불만이 새어나왔다. 이를 의식했던 것일까. 지난 6월3일 출입 기자들과 가진 저녁 술자리에서 그는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지만 행정 기관으로서 중요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융합 산업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업무보고라고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행정 보고가 필요하다고 해서 하는 것이다. 그러니 보고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몰라도 보고 자체를 가지고 시비 대상으로 삼지 말아달라”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대통령을 만나기는 하지만 업무보고 차원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6월9일 청와대 안가에서 이대통령·이상득 의원 등과 함께 비밀 조찬 회동을 가졌다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는 방송통신위장은 정치 활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는 쇠고기 정국을 타개해 나갈 수습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위원장은 위법 행위를 한 셈이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이 업무보고차 “청와대에 들어갈 때는 주로 대통령과 독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위원장이 자신의 말처럼 ‘순수 업무보고’만 했을까. 그럴 개연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월9일처럼 시국 전반과 관련해 ‘깊은 얘기’를 나누었을 가능성에 무게 중심이 좀더 쏠린다. 아직도 그는 ‘살아 있는 멘토’라는 얘기다.

최위원장은 정권 차원의 언론 장악 구상을 지휘하고 있다고 해서 야권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5월6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쇠고기 파동이 언론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방송심의위원회가 구성되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 활동 금지 규정 위반했다”
방통위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전화를 걸어 이대통령에 대한 비판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최위원장의 역할과 연결지어 의혹을 던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군다나 정부 출연 언론사와 언론 유관 기관장인 YTN(구본홍)·아리랑TV(정국록)·방송광고공사(양휘부)·스카이라이프(이몽룡) 사장에 ‘MB맨들’을 앉힘으로써 언론 장악 기도를 노골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퇴 압력도 방송 장악 의도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언론 장악 음모의 ‘몸통’으로 최위원장을 지목하고 있다. 전국 46개 언론·사회 단체로 구성된 ‘언론 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최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명시된 ‘방통위 독립적 운영 보장’ 규정과 ‘위원의 정치 활동 금지’ 규정을 위반해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보다 한 발짝 뒤처지긴 했지만 야당 역시 최위원장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월17일 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최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하기로 했다. 여기에 사퇴 촉구 결의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대통령의 ‘살아 있는 멘토’ 최위원장이 사면초가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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