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하려는데 갑자기 안개, 그리고 우당탕”
  • 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08.07.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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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 탑승했던 김효율 박사 인터뷰쓴소리

사고 헬기에 탑승했다가 탈출해 근육통 증세로 청심국제병원에서 치료 중인 김효율 박사(61)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박사는 문선명 총재의 특별보좌관으로 30년이 넘게 영어 통역을 담당해왔다. 김박사가 전하는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7월19일 오후 4시40분 서울 잠실에서 헬기가 이륙할 때만 해도 경기도 가평 일대의 기상 조건이 헬기가 운항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헬기가 북한강을 따라 비행할 때도 시계는 좋았다. 그런데 착륙하기 위해 바퀴를 내리는 소리를 듣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장이 헬기를 선회하면서 상승하려는데 뒤쪽이 뭔가에 부딪치는 느낌이 났다.

뒷날개가 부러졌는지 기체가 크게 휘청하더니 헬기 날개에 부딪쳐 나무들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하는 엄청난 굉음이 계속 들렸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헬기가 계속 숲을 스치면서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안전 벨트를 맸는데도 모두들 의자와 벽 창문에 정신없이 부딪쳤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 문선명 통일교 총재 부부가 탔던 사고 헬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뉴시스

“문선명 총재 부부가 먼저 나가고 어린이와 부상자가 다음이었다”

그러다가 헬기가 불시착했는지 움직임이 멈췄다. 계속되던 굉음도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창밖으로 불길이 보였다. 연기와 열기가 느껴졌다. 곧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옆자리에 앉았던 임비서관은 곧 착륙할 것으로 알았던지 배낭 타입의 핸드백을 등에 멘 채 쓰러져 있었다. 헬기가 산중턱에 비스듬히 처박힌 상태여서 천장을 통해 나가야 했다.

출구인 천장에서 땅까지는 2m가량 떨어져 있어 누군가가 먼저 밖으로 나가 안에서 나가는 사람들을 끌어올리고 다시 밑으로 부축했다. 두 분(문총재 부부)이 제일 먼저 나가고 어린이와 다친 사람이 다음 차례였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나가는데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아 마음이 다급했다.

밖은 내린 비로 진흙탕인 데다 부러진 나무들이 흩어져 있어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서로 부축하며 굴러 떨어지고 미끄러지면서 대피할 만한 곳을 찾았다. 100m쯤 떨어진 곳에 큰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큰 나무 뒤에 지친 몸을 누이자 폭발음이 들렸다.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지만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서인지 영화 장면처럼 파편과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지는 않았다. 만일 비행기에서 탈출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나는 총재님 덕분에 모두들 무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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