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올림픽 ‘차별’하면 안 된다
  •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 ()
  • 승인 2008.08.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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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모처럼 하나가 되었다. 광화문과 세종로를 뒤덮었던 촛불 시위가 상징했던 국민적 갈등이 2008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가라앉았다.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졌던 시내 곳곳의 풍경은 어느덧 2002년 월드컵을 재현하는 듯하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실격당한 ‘마린 보이’ 박태환 선수는 수영에서 동양인 최초로 금메달을 따 우리 국민에게 화사한 금빛 희망을 선사했다. 최민호 선수의 한판승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단번에 극복이라도 한 듯한 자신감을 주었다. 여자양궁 단체전에서는 활시위 한 발 한발에 공천 부조리, 과잉 방송 부조리, 납품 비리 등에 대한 아픔도 날려보내는 듯했다. 연일 이어지는 금메달 소식과 희망의 분위기를 타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회복세를 보이며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 6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올림픽과 함께 ‘성숙한 자유’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자 하는 상승 무드에 젖어 있다. 그런데 축제의 영광과 환희의 뒤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또 하나의 세계적 축제인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다. 올림픽 직후인 9월6일부터 9월17일까지 베이징패럴림픽이 열리게 되는데, 13회째를 맞게 되는 올해 패럴림픽에는 각국 국가 대표 선수 3백32명이 참가해 총 20개 종목에서 열전을 펼친다. 우리나라는 13개 종목에 걸쳐 선수 79명 등 선수단 1백33명을 파견하고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16위를 넘어서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 13개 이상, 종합 14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매회 올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패럴림픽도 연이어 개최되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기는 거의 전무하다. 성화가 꺼진 뒤의 패럴림픽은 철저한 차별과 무관심 속에 장애인들만의 축제가 되어버린다. 연습장도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고, 경제 여건이 안 좋아 선수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들의 우울한 축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개인과 기업 모두 ‘서포터즈’

서구 선진국의 경우 부모들은 자녀들이 장애인 올림픽 서포터즈 활동이나 자원봉사를 하는 것에 커다란 의미나 가치를 둔다. 기업들 또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일반 올림픽보다 장애인 올림픽을 지원하는 것을 더 큰 의미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역점 종목에서는 일반 올림픽선수들과 격차가 없는 국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일반 선수들과 장애인 선수들 간의 격차를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 기금을 조성해 장애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위원회(BOCOG)에서도 일반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을 하나의 체계 속에서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중국마저도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때에 민주화를 넘어 복지 선진 국가를 추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시청 앞에 다시 모인 촛불이 9월에 개최되는 베이징 패럴림픽까지 지속되어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인간의존엄성을 인정하는 ‘성숙한 자유’의 향연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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