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 나무 아래 왜 갔을까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09.0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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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영준 전 비서관ᆞ정두언 의원 측근 영입… 대우조선 인수전 맞물려 역할 주목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가운데)은 8월26일 “2011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하고 1만8천명을 채용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제공

향후 예상되는 재계 판도 변화의 핵은 대우조선해양의 향방이다. 조선 분야 세계 3위, 10조5천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이 회사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재계 순위가 일거에 바뀐다.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네 곳이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를 내고 야심만만한 도전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50.4%)로서 매각 주체다. 이들 그룹은 9월 말까지 최종 인수 가격을 확정한 입찰서를 내야 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10월 초에 선정된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들은 피 튀기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물밑에서는 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총수들이 앞장서서 인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한화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인수 의지가 가장 강한 기업’으로 한화를 꼽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승연 회장이 있다.

김회장은 지난 7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면 세계 제1의 조선사와 해양자원개발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인 미래 비전을 실현해나가겠다. 한화야말로 대우조선해양이 강력한 프로펠러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화는 현재 매출 8조2천억원대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5년 후 20조원 매출을 올리는 그룹의 주력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힌 상태다.

김회장은 지난 2007년 5월 술집에서 시비 끝에 폭행당한 아들을 대신해 폭력배들을 동원해 술집 종업원들을 보복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지난 8월15일 특별 사면 및 특별 복권되었다. 당시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재계 인사들이 중심이 된 8·15 사면과 관련해 “기득권층은 어떻게든 면죄부를 받는다는 잘못된 인식과 국민의 위화감만 조성할 것이다”라는 논평을 냈다.그 무렵 재계 인사 중에서도 특별히 논란에 오른 것이 김회장이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당시 법무부에서는 김회장이 경제 사범이 아니라 폭력 사범이라는 이유를 들어 사면에 부정적이었으나 청와대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이 폭행 사건 때문에 ‘김회장의 도덕성’ 문제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한화측은 “그룹 경영의 도덕성과는 무관한 일이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전경. ⓒ대우조선해양 제공

유선기ᆞ김유환 씨, 각각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ᆞ국정원 지부장 역임

이런 가운데 한화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정권 실세들의 측근을 잇달아 영입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한화는 지난 4월 유선기 전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을 대한생명 경제연구소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선진국민연대가 만들어질 때부터 올해 초까지 사무총장을 지내며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호흡을 맞춰 최일선에서 대선을 치렀다. 신용보증기금 노조위원장을 지낸 그는 이후 금융노련에서 일하다가 신용 회복 등과 관련한 일을 했던 ‘민생포럼’ 대표를 지내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10년 간 모신 박영준 전 비서관이 이끌었던 선진국민연대는 ‘이명박 정권 최대의 파워 조직’으로 통한다. 장관도 배출했고 공공 기관과 공기업의 임원으로 진출한 사람만 10여 명이 넘으며, 청와대에도 수십 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시사저널> 제984호 참조) 전국적으로 회원 수가 5백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조직은 각 회원 조직들을 묶은 연합체 성격을 띄고 있다. 일종의 네트워크 조직 형태를 갖고 있다. 실질적으로 가동된 기간은 두 달 남짓이다. 박 전 비서관은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여권 인사들은 그가 지금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현 정권 초기의 인사 작업 실무를 그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유고문은 왜, 어떻게 한화로 간 것일까. 그의 설명은 이랬다. “공기관이나 공기업으로 가면 말이 나올 것 같아 잘 아는 금융 쪽으로 가고 싶었다. 은행 쪽에서도 오라는 곳이 있었는데 몸담았던 곳이니 ‘왜 왔냐’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침 대한생명에 아는 분이 오라고 해서 오게 되었다.” “무슨 일을 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금융 정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에 사무실이 있지만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니다. “해줄 힘도 없는데 선진국민연대 사람들이 자꾸 찾아온다”라는 것이 이유다.

유고문은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는 것과 자신을 연결 짓는 시각에 대해 그렇게 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관심도 없고 거리가 있다. 내가 관계할 위치도 아니다. 양심껏 그런 일 안 한다. 세상에 비밀이 없는데 무엇 하러 끼어들겠나”라며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유고문이 영입된 3개월 뒤인 지난 7월에는 박 전 비서관과 사이가 좋지 않은 또 다른 실세인 정두언 의원과 가까운 김유환 전 국정원 경기지부장이 한화에 들어갔다.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를 나와 국정원에 투신한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정무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정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기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정의원을 제치고 박영준 전 비서관이 실권을 잡으면서 밀려나 결국, 국정원을 퇴직했다. 김 전 지부장은 2007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박계동 전략기획본부장이 “국정원이 이명박 후보를 조사하기 위해 ‘부패척결 TF팀’을 만들었고 김 전 지부장이 단장을 맡았다”라고 폭로하면서 정치권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전 지부장은 현재 한화석유화학 감사로 있다. 본사인 장교동에서 근무하지는 않는다. 김감사에게 메모를 남겼으나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팀장인 한화그룹 유시왕 부사장은 “한두 사람을 데려왔다고 해서 인수를 하고 못하는 문제는 아니다. 김감사가 온 것은 잘 모른다. 유고문은 이 일과 직접 관계는 없다. 인사를 한 것도 최근이다. 정권이 세지도 않은데…. 과정이 투명하게 가야 한다. (로비를 해서 인수하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라며 두 사람의 영입을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연결 짓는 데 대해 의혹이 없다고 말했다. 한화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권 실세의 측근들을 영입한 것은 어느 정도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대우조선 인수전 향방에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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