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연봉 ‘5천’ 신한은행 1위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09.23 14: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연봉 조사/ 30위권 내, 상장기업 평균 연봉보다 많아


대기업의 하반기 공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회사 선택시 고려하는 사항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연봉이다. 하지만 구직자의 성향에 따라 돈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사회 초년병이라면 어떤 직장에서 시작을 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시사저널>은 대기업 인사부 직원과의 전화조사를 통해 ‘2008년 대기업 4년제 대졸 남자 초임 연봉 상위 30위’를 뽑았다. 여기에는 기업의 노동 강도와 기업 문화, 복지 혜택 등도 반영했다.

연봉이 가장 높은 기업은 신한은행으로 5천100만원이다. 성과급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2위는 대우조선해양으로 4천8백90만원이다. 10위권 가운데 SK텔레콤을 제외하고 모두 금융권과 조선업이다(표 참조).

복지 혜택도 다른 산업군에 비해 월등히 좋다. 금융권 내에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금을 1억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한다. 조선업은 자녀 2명까지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학자금을 전액 지원한다. 또한 회사가 지방에 있는 관계로 기숙사나 사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주는 만큼 거두는 법. 이들 산업군은 노동 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금융권은 개인마다 주어지는 영업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영업 실적은 바로 개인 성과급에 반영된다. 신입일 때에는 실적에 따른 성과급 차이가 크지 않지만 연차가 올라갈수록 그 폭은 점점 커져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에 다니는 이 아무개씨는 “연봉에서 기본급과 성과급의 비율이 1 대 1 정도이다. 차장급으로 올라가면 성과급에 따른 연봉 차이가 6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직업군이라 할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낮은 이자율로 인해 금융권의 주 수입이 카드나 방카슈랑스 등 비이자 수익으로 전환되면서 영업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의 관계자는 “급여가 직업 선택에서 최우선인 사람은 금융권에 오면 만족하겠지만 개인 생활을 찾는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직률은 5% 내외로 낮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업은 납기일을 준수하기 위해 야근이나 특근의 횟수가 잦다. 삼성중공업에 다니는 박 아무개씨는 “공식적인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지만 보통 저녁 7시까지 추가 근무를 한다. 밤 10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게다가 신입사원의 교육 과정도 인사 고과 평가에 포함될 정도로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높다”라고 털어놓았다.

노동 강도 높고 영업 실적 따지지만 복지 혜택도 최고 수준

SK텔레콤 역시 노동 시간이 많기로 유명하다. SK텔레콤에 다니는 이 아무개씨는 “연수를 받는 3개월 동안에도 월급의 100%를 지급하고 1년에 복리후생비로 2백4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받는 만큼 일한다고 보면 된다. 월말 정산 기간에는 1주일 동안 야근은 기본이고 밤 12시까지 일을 하기도 한다. 신입사원이라도 실적을 내면 인정해준다. 그만큼 성과 위주의 평가가 이루어져 힘든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11위부터 20위까지는 건설업과 제2금융권이 주류를 이루었다. 11위는 4천4백만원을 지급하는 대림산업으로 건설업계 가운데 최고 연봉이다. 올해 대림산업에 입사한 권 아무개씨는 “일본의 기업 문화를 닮아 사람 중심, 가족 중심을 모토로 삼는 기업이다. 직원의 70%가 정년을 채울 정도로 정년도 보장된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봉 12위는 현대건설로 4천3백20만원이다. 사장의 결정 권한이 크고 단합 문화가 강해 성과 위주의 경쟁은 덜한 편이다. 13위는 LIG손해보험으로 4천3백만원을 지급해 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을 기록했다. 2005년 노사 협상 과정에서 저녁 7시부터 전산의 전원을 끄기로 해 야근이 적은 편이다. LIG에 다니는 손 아무개씨는 “할당되는 보험 판매량은 없다. 하지만 가해자를 대신해 피해자를 만나는 탓에 싫은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크다”라고 보험사 특유의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경쟁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은 4천67만원을 지급해 17위를 차지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관계자는 “LIG보다는 야근 횟수가 많겠지만 평일에는 3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할 수 없게 해 노동강도가 그렇게 센 편은 아니다. 또한 선택적 복리 후생으로 복지 카드를 제공해 신입 사원은 80만원, 2년차부터는 100만원 이상 자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8위를 차지한 외환은행과 시티은행의 초임 연봉은 4천만원으로 타 은행에 비해 낮다. 하지만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급여에서는 외환은행이 5천1백80만 원으로 1위이다. 씨티은행이 5천7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씨티은행 2년차 직원인 김 아무개씨는 “초임은 낮지만 1년마다 3백만~4백만원 정도 연봉이 오르더라. 퇴근 시간이 저녁 8~9시 정도로 업무량은 많지만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처럼 영업에 대한 압박이 강하지 않아 스트레스는 적은 편이다”라고 다른 은행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우수 인력 유치 위한 동종 업계 경쟁으로 초임 크게 올라

소니코리아는 30위권 내에서 유일한 외국계 기업이다. 소니코리아에 다니는 임 아무개씨는 “근무 환경이 자유롭고 개방적이지만 이곳에서 경력을 쌓고 국내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천2백만원으로 30위를 차지했지만, 성과급을 포함하게 되면 5천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다. 2004년에 입사해 올해 9월 삼성전자를 그만둔 정 아무개씨는 “2006년에는 성과급이 1천만원씩 나왔다. 기본급과 합치니까 5천만원이 넘었다”라고 말했다.

연봉 순위 30위권 내에 든 대기업의 연봉은 4백7개 상장 기업의 올 하반기 평균 연봉인 2천8백54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1위인 신한은행은 2배 가까이 높다. 종업원 1천명 이상의 대기업 평균 연봉인 3천2백59만원보다 낮은 기업 역시 하나도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동종 업계의 평균에 준해서 연봉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당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초임이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피력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초임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LG경제연구소 인사조직연구실 김범열 연구위원은 “연봉의 적정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잘라 말했다.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김위원은 “미국에서도 동종 업계 평균을 바탕으로 연봉을 결정한다. 인사 채용자들이 동종 업계에서 정한 평균만큼 주지 않으면 우수한 인재를 뽑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산업별로 비슷한 연봉을 주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