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로 말하지 말고 뇌로 말하라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8.10.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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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과 ‘험담’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모두를 살리는 대화의 기술

▲ 류양 지음 / 차혜정 옮김/ 밀리언하우스 펴냄 케리패터슨 외 지음 / 김경섭 옮김 / 시아출판사 펴냄
대화의 기술을 다룬 책이 끊이지 않고 출간되는 것은 사람들이 대화를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화는커녕 인터넷 댓글 달듯이 상대방의 말은 들을 생각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 늘어놓는 사람도 많이 목격되는 현실이다.

‘악플’처럼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막말을 지껄여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악플’도 추방해야 할 사회악이지만 ‘세 치 혀’는 즉석에서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런 것이라면 상대방이 눈치 채고 도망갈 것이다. 하지만 막말이 되기까지 두 사람 사이 대화의 수준은 거의 감정 싸움이었음이 분명하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대화를 잘 이끌 수 있었다면 막말이 나오기까지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부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사소한 것을 두고 대화를 잘못 끌어가다 살인을 저지르는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던가!

평화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산속에 들어가거나 그러지 못한다면 대화의 기술을 터득할 일이다.
<간결한 대화법>은 대화라는 것이 단순한 ‘혀 운동’이 아닌 치밀한 뇌 활동의 결과라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일차적인 의사 소통을 넘어 뛰어난 인지력과 사고력, 심리 반응 등을 요구하는 매우 복합적인 사회 활동이라는 것이다.

고대 서양에서는 수사학과 논리학, 웅변술 등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최고의 학문으로 대우했고, 소크라테스와 에피쿠로스 등 위대한 철학자들도 설득술을 부단히 단련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현재에도 마찬가지이다.

삶이 왜 복잡하게 변했는지를 알면 다시 단순하게 바꾸기가 쉽다. 마찬가지로 복잡하게 말하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주위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그 폐해를 알면 거기서 벗어나려 애쓸 것이다. 그 처방을, 대화의 기술을 다룬 책들은 아주 간단하게 들려준다. <간결한 대화법>은 대화법에 관한 이론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절대 원칙이 있는데, 바로 간결하게 말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덩샤오핑은 “가난한 것이 사회주의는 아니다”라는 명쾌한 한마디로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었다. 미켈란젤로는 “내가 한 일은 마음속 영상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것이 전부이다”라는 말로 다비드 상의 완성 과정을 설명했다. 협상, 논쟁, 설득, 연설, 프레젠테이션 등에서 상대를 사로잡는 것도 ‘교언영색’이나 지루한 변명이 아니라 진솔한 한마디이다. 쓸데없는 군더더기는 핵심을 흐리고 상대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간단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깔끔함이야말로 핵심을 전달하는 명쾌한 대화법의 열쇠이다. 이 책은 “말의 양과 질은 비례하지 않음을 명심하라. 솔직한 얘기이든 진지한 얘기이든 감동적인 얘기이든 간에 너무 길어지게 되면 듣는 사람의 귀와 마음 모두 닫혀버린다”라고 주장한다.

‘유연한 혀’로 간단하고 깔끔하게

한편, 지난해 출간된 <결정적 순간의 대화>가 최근 저자 방한 기념 사인 한정판으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까다롭고 도전적이고 당혹스러운 말들이 오간다고 해서 심각한 대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 순간의 대화’라는 것도 중요한 모임에서 오가는 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대화의 결과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때의 것을 말한다.

ⓒ밀리언하우스 제공
이 책은 대다수의 사람이 대화가 까다로운 주제로 흐르면 흥분해 소리를 지르거나 그 자리를 피하거나 후회할 말을 내뱉거나 한다면서, 보통의 대화가 심각한 대화로 바뀌어가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최악의 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이 들려주는 최선의 대화 기법 다섯 가지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라. 당신의 의도를 설명하라.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보라. 지나치게 단정적인 어투를 사용하지 마라. 반대 의견을 내라’이다. 이에 비추어 자신이 말하는 습관을 교정해나가면 ‘최선의 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또 이에 덧붙여 ‘결정적 순간’에 흥분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가슴으로 시작하라. 대화의 전체 상황을 파악하라. 불안감을 없애도록 하라. 감정을 통제하라. 귀를 열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늘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하기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최악의 경우에 맞닥뜨리더라도 살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발악’이 아니라 ‘의연함’이다. 자신을 분노와 고통에 빠뜨리는 상대의 ‘세 치 혀’에도 차분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유연한 혀’를 가지는 것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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