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물’로 일어선 사나이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12.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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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벤타코리아 사장

ⓒ시사저널 이종현

벤타코리아의 김대현 사장은 위기 때마다 ‘물’로 일어서 유명해졌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그는 물로 먼지와 냄새를 잡아내는 공기정화기를 독일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는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독일 본사의 협조를 얻어 대금 결제 방식을 후불로 바꿔 위기를 돌파했다. 물론 이는 그가 평소에 쌓아놓은 신용 덕분에 가능했다.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가전제품 수리업을 하다가 지난 1993년 독일의 벤타와 연결되어 공기정화기 판매업에 뛰어들었다. 한때는 매년 100%씩 매출액이 신장해 금방 갑부가 될 것 같았지만 환란을 겪으면서 쓴맛을 보아야 했다. 독일 본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이후 지금까지 물로 필터링을 하는 공기정화기 판매를 16년째 늘려오면서 이제 안정적인 기반을 다졌다.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올해도 지난해보다 30% 성장한 매출액을 달성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 위기와 지난 외환위기를 달리 해석하고 있다. “그때는 한순간에 KO 펀치를 맞은 것이고, 지금은 계속되는 잔 펀치로 녹아내리는 형국이다. 그 때문에 과거보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지고, 유통 현장에서도 양극화가 확연해지고 있다. 아마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이 하고 있는 건강 관련 사업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3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나름으로 그 원인을 분석한다. 소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함수관계에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 사례를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우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 소득이 2만 달러가 넘으면서 정수기나 공기정화기 등 건강관련 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중국도 3~4년 전에는 공기정화기에 대한 관심이 없다가 지난여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상류층에서부터 구매 붐이 일기 시작했다.

김사장은 지난 2000년 국내에서 생산한 공기정화기를 갖고 중국 현지 시장을 뚫어보려다가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중국에는 그런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업에는 타이밍이 있다는 사실을 당시에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국내 제조업 기술이 상당 부분 선진국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사장은 해외 공장을 세우는 데 인색했던 독일 벤타 본사를 설득해 국내 공장을 세우고, 국내 제조업체를 연결시켜 미국 시장에 가습기를 수출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의 제조업 기술을 선진국들도 인정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지금 서울의 수돗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자신이 물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서울시의 수돗물인 아리수 품질이 예상외로 좋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아리수 물맛이나 품질이 정수한 물이나 시판되는 생수 못지않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각 가정까지 아리수를 보내는 수도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사장은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 된 것은 전국에 광통신을 깐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전국 수도관을 부식되지 않는 구리관으로 바꾸면 우리나라도 에비앙을 팔고 있는 프랑스처럼 생수 선진국이 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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