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앞에 무거운 ‘황제’의 날개
  • 김연수 (생태사진가) ()
  • 승인 2008.12.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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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겨울철 팔당댐에서 미사리에 이르는 한강에는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온다. 큰고니, 흰꼬리수리 등 희귀조도 있지만 대부분 청둥오리, 비오리, 흰죽지, 검둥오리 등 잠수성 오리들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동북아의 황제로 통하는 참수리(천연기념물 243호,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어미새 한 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다.

ⓒ김연수

참수리는 전세계에 몇 마리 남지 않은 멸종 위기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에 간헐적으로 눈에 띈다. 월동하는 개체들도 대부분 5년생 이하의 유조들이다. 수컷은 번식지인 러시아 캄차카에서 둥지를 지키고 있고, 소수의 암컷과 어린 새들만 남하하기 때문에 성조들은 그만큼 보기 어렵다.

소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한강의 수면을 응시하고 있는 참수리의 위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90°로 굽은 황금색 부리는 두툼하고 끝은 뾰족하다. 몸 길이는 수컷이 88cm, 암컷이 1백2cm로 사냥을 하는 수리류 중에서 가장 크다. 꼬리와 다리는 눈이 부실 정도로 희며 작은 날개덮깃도 흰색이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본 파란 하늘에 대비되는 자태는 그 자체가 그림이었다.  어릴 때는 흰색이 적으며 전체적으로 갈색이었다가 어미가 되면서 털갈이와 더불어 깃털 색이 변한다.

1km가 넘게 떨어진 곳에서 사방이 보이는 높은 나무에 걸터앉아 반경 내의 모든 사물들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특히 수면 위에 큰 물고기가 떠오르면 잽싸게 비상해 낚아챈다. 인간보다 5배 이상 좋은 시력을 가졌기 때문에 먼 곳의 작은 물체의 움직임도 레이더보다 정확히 추적할 수가 있다.

참수리의 아종으로 한국참수리도 있었으나 지금은 멸종되었다. 한국참수리는 구한말인 1884년 함경도에서 외국인 학자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기록에는 한국참수리는 참수리보다 덩치는 조금 작으나 용맹하고 민첩했다고 서술되어 있다. 3년 후인 1887년 역시 함경도 함흥 인근에서 일본인이 번식 중인 5마리의 새끼와 어미를 포획했다. 새끼들은 중국 , 영국 , 독일 , 프랑스 동물원에 볼모로 보내졌다. 그 후 한국참수리의 존재는 꺼져가는 조선의 운명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필자는 볼모로 잡혀간 한국참수리의 후손을 찾기 위해 마르세이유와 베를린 동물원을 찾아 수소문했으나 그들의 기록을 찾는 데 실패했었다.

1928년 일본인 하지스카가 이왕직동물원(일제가 창경궁에 지은 동물원)에서 어린 새 5마리를 사진으로 기록한 것과 1마리의 박제(사진)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물증이었다. 그러나 1985년 동물원이 창경궁에서 과천으로 옮기면서 창경원 수장고에 남아 있던 이 박제도 행방이 묘연해졌다. 사라져가는 이 땅의 야생동물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기록한 자연사도 우리의 중요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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