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잔인한 4월’올까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12.3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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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키워드로 본 2009년 정국 기상도 / 수도권 재·보선 결과 따라 파장 예고

▲ 지난 12월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가운데). ⓒ연합뉴스

2009년은 이명박 정권이 정치적으로 승부를 거는 해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접 선두에 나서 강하게 바람을 몰아가고 있다. 경제 한파가 본격 몰아치는 국가적인 위기, 2010년에 지방선거라는 ‘중간 평가’가 있다는 것도 발걸음을 재촉한다. 변화무쌍하게 다가올 2009년 정국을 개각, 경제, 재·보선, 박근혜, 오바마·김정일이라는 5대 키워드를 통해 전망해보았다.

▒ 개각 - ‘속전속결’ 위해 중폭 이하 가능성 커

2009년 신년 정국을 달굴 이슈는 개각이다. 이른바 ‘MB 법안’ 처리 이후 정국은 빠르게 개각 국면으로 옮겨갈 것이다. 여권은 늦어도 1월 초까지 법안 정국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야당과의 타협을 통해 처리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강행 처리를 해서라도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 여권의 생각이다.

개각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시기는 설(1월26일)을 앞둔 1월20일께가 유력하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월 개각설은 과거 얘기이다”라고 말했다. 개각의 폭과 깊이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야당은 대개편을 요구하고 있고 여당 일각에서도 이런 관측이 있다. 그러나 실제 흐름은 달라 보인다. 커야 중폭, 아니면 소폭 개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은 이대통령이 추진하는 ‘속도전’과 맥락이 닿아 있다. 위기 국면을 속전속결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할 내각에 변화가 클 경우 사령부 전체의 결집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직 장악력이나 업무 수행력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장관들에 한해 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에 대해 15개 부처 가운데 5개 부처 남짓 교체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국가정보원·국세청·경찰·검찰의 수장들과 각 부처 소속 청장들의 경우도 최근 들어 교체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거취도 주목된다. 애초 관가에서는 한총리의 교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총리로서 뚜렷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대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23일 여권의 한 친이명박계 핵심 의원은 “총리가 관운이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총리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 ‘한승수 총리 유임’ 기류는 여당이 ‘MB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여야 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면서 야당의 거부로 인사청문회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까지 계산하고 나온 것이다. 장관의 경우는 인사청문회 없이도 대통령이 단독으로 임명할 수 있다. 지난 8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이렇게 임명되었다.

인사청문회법에는 ‘국회는 인사 청문 요청안을 접수한 뒤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열지 못하면 대통령이 최장 10일 기한을 정해 국회에 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해줄 것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은 뒤 단독으로 임명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길어도 개각한 뒤 한 달이 지나면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도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집권 2주년인 2월25일과 맞물린다. 그러나 총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자칫 새 총리를 임명했다가 인사청문회를 아예 열지 못하거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여권으로서는 부담이다. 총리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정치적인 부담 없이도 진용을 정비할 수 있다. 이런 흐름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여권에서는 법안 강행 처리-개각-장관 임명-집권 2주년 진용 완비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보여진다.

현재 여권 핵심부 물밑에서는 개각을 앞두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장악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여전히 이번 개각에서도 이상득 의원의 힘이 관철되는 흐름이다. 그렇게 되면 개각 이후 여권 내부에서부터 분란이 일 수 있다.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계 의원은 “(이상득 의원이 주도한) 그동안의 인사에 문제가 많았다는 문서가 여러 채널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 대통령이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전과 다른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각과 달리 청와대는 손발 역할을 할 친위 부대가 포진하는 구도로 개편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사람과 구조가 바뀌는 내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 경제 - “이대로 가면 국민 인내 폭발한다”

▲ 멈춰 선 현대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조립 중인 자동차가 비닐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믿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12월24일 “갈수록 세계 경제가 악화될 것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경제 문제는 이명박 정권의 영원한 숙제이다. 그가 대통령에 뽑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대였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한나라당은 한동안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 ‘한나라당이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고 쓰인 커다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물론 그 이후 이 플래카드는 슬그머니 사라졌고, 경제 사정은 날로 나빠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렵겠지만 고비를 넘기면 그 이후에는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사실 더 나빠질 수 있겠는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경제 문제가 단순히 경제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보수 이론가인 김광동 나라정책원 원장은 “집권 2년차를 계기로 국민의 인내가 현 정권을 향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2008년에는 국민이 노무현 정권과의 연관성 속에서 상황을 바라보았지만 2009년에는 모든 것을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라는 틀로 규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과 공기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흐름은 자동차 산업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대통령의 말대로 ‘신빈곤층’이 다수 발생하고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2009년 7월부터 100인 미만의 사업장도 비정규직 보호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영세 사업장에서도 감원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촛불 시위 때의 경험을 거울 삼아 반대 세력에 대해 초기부터 강력하게 대응하는 등 나름으로 사회 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노동부도 2009년에 실직자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데 1조원을 쓰고, 실직자 직업 훈련 대상자를 15만2천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 때의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인 합의의 틀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강공 일변도의 대처는 그에 맞서는 또 다른 강경 세력의 등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정치인은 “각 사안에 대해 정부가 최근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시대에 한참 뒤떨어졌다. 실용 정부라더니 이념에 치중하고 경찰력을 동원해 반대 목소리를 원천 봉쇄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2009년에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침묵하고 있지만 마음으로 승복하지 않고 있다. 촛불이 횃불이 될 수 있다”라고 내다보았다.

▒ 재·보선 - 친박근혜계, 경북 경주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

▲ 박근혜 전 대표는 12월2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여러분의 사랑, 바르고 믿을 수 있는 정치로 보답하겠다’라는 성탄 메시지를 띄웠다. ⓒ시사저널 유장훈

4월29일 실시되는 재·보선은 2009년 정치 지형에 여러 모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2월26일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구는 경북 경주, 전북 전주 덕진, 전북 전주 완산 갑 등 세 곳이다.

경북 경주는 지난 총선 때 금품을 살포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대법원이 2008년 12월24일 김일윤 전 의원에게 징역 1년6개월을 확정하면서, 같은 날 전북 전주 덕진은 김세웅 전 의원이 유권자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대법원이 벌금 5백만원을 확정하면서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이 되었다. 이에 앞서 전북 전주 완산 갑은 2008년 12월11일 이무영 전 의원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확정되어 재·보선 지역구가 되었다.

이들 외에도 서울 은평 을(창조한국당 문국현 의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인천 부평 을(한나라당 구본철 의원, 벌금 4백만원), 서울 금천(한나라당 안형환 의원, 벌금 1백50만원), 수원 장안(한나라당 박종희 의원, 벌금 5백만원), 울산 북구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 벌금 1백50만원), 강릉(무소속 최욱철 의원, 벌금 3백만원) 지역 의원들이 1심이나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상태이다. 경남 양산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허범도 의원은 회계책임자가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회계책임자가 3백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허의원의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밖에 경기 안산 상록 을(한나라당 홍장표 의원), 부산 수영(한나라당 유재중 의원), 경남 사천(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은 검찰이 당선 무효형을 구형했으나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제35조는 ‘지역구 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재선거, 지방의회 의원의 증원 선거는 전년도 10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사이에 그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에는 4월 중 마지막 수요일에 실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2009년 3월31일까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4월29일 재·보선 지역구가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3~4곳 정도가 더 확정되어 재·보선 지역구가 최종적으로 6~7곳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재판 일정으로 보면 문국현 의원의 서울 은평 을과 강기갑 의원의 경남 사천은 4월 재·보선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4·29 재·보선은 야권보다는 여권에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경우는 지역구가 전북 전주가 두 곳이기 때문에 의석을 지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우 영남권은 물론 서울·경기 등에 걸쳐 있다. 수도권에서 패할 경우 당장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되면 그렇잖아도 당내에서 리더십 부재, 원외 대표의 한계라는 공세에 시달려온 ‘박희태 체제’가 궁지에 몰리면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움직임이 표면화할 수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임기가 5월에 끝나는 것과 맞물리면서 여권 권력구도가 급변한다는 시나리오이다.

벌써부터 경북 경주를 둘러싸고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신경전을 벌이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박근혜계가 개각에서도 소외된다면 재·보선 이후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 대한 ‘박근혜계’의 도전도 점차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권 권력 구도의 변화라는 측면과 함께 4·29 재·보선은 거물들의 출마 여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박희태 대표, 이재오 전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박근혜 - 조기 전당대회 열리면 대표직 출마 배제 못 해

2008년 12월25일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여러분의 사랑, 바르고 믿을 수 있는 정치로 보답하겠다’라는 성탄 메시지를 띄웠다. 이런 내용 자체가 뉴스가 될 정도로 박 전 대표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 2008년을 ‘조용하게 공부하는 해’로 보낸 박 전 대표는 4·29 재·보선을 전후한 시기에 한 차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서느냐, 아니냐’와 ‘재·보선 이후 예상되는 지도체제 개편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조기 전당대회가 개최된다면 박 전 대표가 대표직에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09년에는 이명박계와 박근혜계의 전선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지방선거를 둘러싼 샅바 싸움이 내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가열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계의 기류를 보면 박 전 대표를 ‘배려’하고자 하는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1차 리트머스 시험지는 다가올 개각에 친박근혜 인사가 포진하느냐인데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

하지만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내 소장파에서 친박근혜 인사를 포함한 ‘탕평 인사론’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 여부를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정두언 의원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친박 인사라고 쓰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라고 강하게 말했다.

어떤 경우든 2009년에는 박 전 대표의 활동이 2008년보다 더 활발해질 것이다. 한 측근 인사는 “2008년에는 내공 쌓기에 주력했다면 2009년에는 대중과 만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맞추어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 흐름 또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오바마와 김정일 - 북·미 관계에 따라 한반도 정세 오락가락

▲ 1월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오바마. ⓒ연합뉴스

2009년 1월20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경제 위기에 신음 중인 미국은 새로운 리더십이 출현하는 것을 계기로 신강대국의 면모를 안팎에 과시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의 취임 이후 한·미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는가는 2009년 정국의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식량 지원을 천명한 미국과 달리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아직 기약이 없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 문제나 대북 정책에서의 공조,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따라 한·미 관계가 춤출 수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내부를 결집시키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무력 시위를 하며 한반도 정세를 흔들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 이대통령으로서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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