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경주 골프’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9.01.20 02: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률 청장, 대통령 동서에게 인사 청탁 의혹 일부 기관장들, 청와대로부터 이미 주의받아

<시사저널>이 지난 1월13일 온라인을 통해 단독 보도한 ‘한상률 국세청장의 경주 골프’ 사건이 정·관가에 일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한청장이 지난해 12월25일 경주에 내려가 이명박 대통령·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친한 포항 출신 기업인, 대통령의 동서인 신기옥씨 등과 골프와 식사를 하고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림 로비 의혹’과 얽히면서 국세청장 유임이 유력하던 한청장은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특히 대통령의 친인척이 등장한 대목이 정치권의 민감도를 높였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국세청장이 대통령의 친인척 및 실세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것은 권력의 정점에서 얼마나 무소불위 권위를 행사하는지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과 민노당은 인사 청탁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조사를 해봐야 한다”라면서도 곤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한청장이 골프를 함께한 기업인들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친한 데다 ‘친인척’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장 정가에는 ‘만사형통(모든 것이 형님으로 통한다)’이라는 말이 다시 나돌았다. 최근 이의원과 만난 한 인사는 “다른 때와 달리 이의원이 안절부절못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전했다.

‘경주 골프’는 <시사저널>의 보도로  알려졌지만 사정 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청장이 포항 지역 기업인들과 어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네 번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만남이 더 있었다는 얘기이다. 이들 기업인과의 만남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한청장과 다른 팀에서 골프를 쳤다는 것은 이 관계자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 다른 사정 기관 관계자는 “한청장과 식사를 한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 신기옥씨도 이미 한청장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라고 말했다. 신씨는 기자에게 “전에 한 지인으로부터 (한청장이) 내려온다고 해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지만 일이 있어서 못 만났다”라고 부인했으나 두 사람이 이날 처음 만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청장은 “식사 자리에 신씨가 온다는 것도 몰랐다”라고 해명했지만 국세청장이 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식사하러 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발이 너르고 활발하게 활동해온 신씨는 진작부터 주목 대상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대구·경북 지역 일부 기관장들이 일찍부터 이곳에서 움직여온 신씨에게 줄을 대려 한 흔적도 포착되었다. 정치권의 한 정통한 인사는 “인사하겠다는 명목으로 신씨를 찾아간 대구·경북 지역 일부 기관장들이 청와대로부터 주의를 받은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