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몰래 찍은 가짜 돈…“왜 그랬을까”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3.03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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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공개한 수사용 모조 지폐와 진폐.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2월25일 공개한 5만원권 신종 화폐는 최첨단 위조 방지 장치를 갖추고 있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화폐 한 장에 무려 16가지의 위조 방지 기술이 들어가 있다. 기존 화폐에는 없는 신기술만 띠형 홀로그램, 입체형 부분 노출은 선, 가로 확대형 기번호 등 세 가지이다. 색 변환 잉크와 특수 볼록 인쇄 기법을 강화해서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특히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띠형 홀로그램은 앞으로 발행되는 미국 100달러 지폐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선진국도 따라할 만한 최첨단 위조 방지 기술을 개발해 성가를 높이고 있는 요즘, 경찰은 악몽에 빠져 헤매고 있다. 인질 강도 수사용으로 만든 모조 지폐가 눈앞에서 놓쳐버린 납치범의 손에 들어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국민의 세금으로 위조 방지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경찰은 국민의 세금으로 모조 지폐를 만들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경찰이 인질 강도 수사용으로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모조 지폐 12억원어치를 제작하면서 한국은행의 승인이나 허가조차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당시 한국은행의 협조 공문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국은행측은 지난 2월18일 협조 공문을 받은 바 없다며 경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찰은 모조 지폐 12억원어치를 폐기하는 선에서 논란을 잠재울 요량인 것 같다. 이래서는 안 된다.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모조 지폐 제작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동의를 받았는지 명쾌하게 해명하는 것은 물론 여기저기 떠도는 모조 지폐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깨끗하게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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