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ROTC진검 승부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9.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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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 회장 보궐선거에서 양강 형성 사병 출신 김병관 전 서울시회장도 다크호스

▲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 육군부회장(왼쪽)과 조남풍 전 1군사령관(오른쪽). ⓒ시사저널 이종현(오른쪽)

회원 8백50만명을 거느린 재향군인회의 제32대 회장 자리를 놓고 물밑 선거전이 한창이다. 재향군인회는 지난 7월27일 박세직 회장이 급성 폐렴으로 사망한 후 오는 9월25일 보궐선거를 치른다. 현재 유력 후보군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조남풍 전 1군사령관과 ROTC(학생군사교육단) 출신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 육군부회장이다. 여기에 김병관 전 서울시 재향군인회장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ROTC 출신 회장이 탄생하느냐 여부이다. 재향군인회는 지난 1952년 2월에 설립된 후 58년 동안 육사 출신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16만명의 회원을 가진 ROTC 출신들은 한 번도 회장직에는 오른 적이 없었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육사와 ROTC 출신들이 대결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재향군인회 안팎에서는 선거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 고 박세직 회장 같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재향군인회가 육사 출신 회장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한 터라 내부에서는 ‘장성들만의 조직’이라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육사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론되는 후보 모두 문제점 있어 전망 어려워

조남풍 전 1군사령관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육사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지 않다.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시대에 부응할 자신이 있다. 능력으로 인정을 받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 육군부회장은 “이번에는 ROTC 회장이 나올 때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까지 ROTC로 배출된 인원만 16만명이다. 적지 않다. ROTC 특유의 리더십으로 젊은 층까지 끌어안으며 개혁을 이끌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해군 병장 출신인 김병관 전 서울시 재향군인회장의 세력도 만만치 않다. 조남풍 전 1군사령관과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 육군부회장이 장교들과 장성들을 대변한다면 김 전 부회장은 사병을 대표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재향군인회장에 출마해 고인이 된 박세직 회장과 일전을 펼쳤다. 이때 30%의 지지를 받으며 차점자로 낙선했다.

그는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나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 향군회가 장성들만의 조직으로 전락해 일반 장병들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나를 지지하는 세력 또한 적지 않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임원 선거에 출마한 이는 향후 3년간 어떤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다’라는 재향군인회 선거 규정에 대한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는가가 변수이다.

재향군인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전 부회장과 조 전 사령관의 양강 대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부회장은 박세직 전 회장이 남긴 여러 가지 의혹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조 전 사령관은 향군회에 한 번도 발을 담근 적이 없어 내부 사정을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 외에 새롭게 등장할 만한 인물이 없다”라고 말했다.

재향군인회측은 아직 보궐선거에 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홍보팀 관계자는 “후보 등록이 끝나지 않아 한마디 말도 조심스럽다”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재향군인회 회장은 연간 1천억원에 달하는 수의 계약 사업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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