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총리를 기대한다
  • 양혁승 ()
  • 승인 2009.09.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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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혁승] 미국 미네소타 대학 박사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 교수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현 한국경영학회 이사현 경실련 정책위원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국무총리 내정은 정권 출범 이래 강부자·고소영 내각 등과 같은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주변 인물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할 때 신선한 파격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핵심적인 경제 정책들에 대해 무게감 있게 비판해왔던 인물을 총리로 발탁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정후보자는 평소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왔고, 균형 잡힌 통찰력과 학자적 소신으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아온 분이다. 그는 현 정부가 불도저식으로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친재벌·친토건·친부자·친거품 경제 정책들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소신을 가지고 경종을 울려왔다. 그러던 그가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 상황이 책상 머리에서 고뇌를 거듭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라며 총리 수락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총리 수락이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위급성에 대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그러한 문제들을 바로잡아보겠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정후보자에게 기대하는 바를 몇 가지 꼽아본다.

“심화되는 양극화 해소에 힘쓰고, 4대강 사업에 새는 돈 감시하고, 법치주의의 모범 보여야” 

먼저, 현 정부 들어 더욱 더 심화되는 중층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힘써주기를 바란다. 경제는 성장과 분배라는 두 수레바퀴에 의해 움직인다. 이 양자가 건강한 긴장과 균형을 유지할 때 경제는 견실하게 발전해나갈 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의 궁극적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분배 쪽 수레바퀴가 매우 부실하다.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 창출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에게 적절하게 배분되지 않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정부의 현 정책 기조가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견실한 발전과 사회적 통합에 큰 장애를 가져올 것이다.

4대강 사업도 대수술을 받아야 할 영역이다. 경제학의 기초 개념인 기회 비용과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 등을 고려할 때 4대강 사업이 현 정부 임기 동안 21조원씩이나 재정을 퍼부으면서 졸속으로 수행해야 할 사업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복지 예산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상당한 주름살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정부 내에서 법치주의가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법치(法治)의 근본정신이 권력자들의 인치(人治)를 막음으로써 국민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음에도,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행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식의 반법치적 권력 남용이었다. 현 정부에 밉보인 인사들에 대해 공안 기관들을 통한 불법적 사찰을 자행하는가 하면, 편법과 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일단 해당 개인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최근 일련의 법원 판결에서 그와 같은 정부의 부당한 처분들이 법정신에 위반된 것이었음이 확인되고 있는 바. 미네르바 건, 정연주 KBS 전 사장의 해임 건, 신태섭 전 KBS 이사의 해임 건 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끝으로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총리가 되어주기 바란다. 지난 1년 반 동안 대통령은 독선적 권위주의 스타일을 보여주었고, 내각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경륜과 소신을 앞세우기보다는 주로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며 정책을 수행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분위기는 관료들의 경쟁적 과잉 충성의 행태로 확산되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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