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로 갈까, 세곡동으로 갈까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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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주택 시범지구 선정돼 신혼부부·근로자 등 관심 집중…경쟁률 높아 각 지구별 조건 잘 살펴 청약해야

 

서울에 사는 결혼 3년차 직장인 임지석씨(34)는 이번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주변 시세의 50~80% 선에 불과한 보금자리 주택을 내놓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첫 테이프는 시범 지구로 지정된 서울 세곡·우면지구, 고양 원흥지구, 하남 미사지구가 끊는다. 임씨 주변 사람들도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가 선정되자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살기 위한 사람도 있지만 더러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정보를 구하고 있었다.

신청 절차를 알아보니 특이한 것이 눈에 띈다. 새로 도입되는 사전 예약제이다. 10월 초 기관 추천 특별 공급(장애인·국가유공자 대상)이 먼저 접수된다. 임씨는 일반인이 신청할 수 있는 첫날인 10월15일에 접수할 생각이다. 신청은 대한주택공사 인터넷 홈페이지(www.jugong.co.kr)에서 받는다. 한 사람이 세 곳(3지망)을 신청할 수 있다. 지역별로 서로 다르게 세 곳을 신청할 수도 있고 같은 지역 안에서 단지나 전용면적을 다르게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임씨의 고민은 ‘엄청난 경쟁률을 어떻게 뚫을 것이냐’에 쏠려 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청약저축 1순위 가입자가 무려 1백5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반면, 이번에 주택공사가 사전 예약을 받는 보금자리 주택은 시범지구 네 곳을 모두 합쳐도 1만4천 가구에 불과하다. 딸 하나를 둔 임씨는 ‘아기가 있는 신혼부부’라는 조건을 살려보기로 했다. 전문가 분석을 종합해보니 일반 공급 물량을 따내려면 청약저축 납입 기간은 10년, 금액으로는 약 2천만원 정도는 되어야 안정권인 듯하다. 지난 2006년 판교 공공주택 분양 당시 임씨가 노리는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의 당첨 커트라인은 3.3㎡당 1천6백만~2천만원이었다. 판교보다 더 치열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임씨는 일반 공급 물량을 따내는 것은 힘들다고 결론지었다. 대신 특별 공급을 노리기로 했다. 떨어지더라도 일반 분양에 한 번 더 청약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는 특별 공급 물량이 많다. 공급 물량의 65%(약 1만 가구)가 배정되었다. 미세 조정 과정을 거쳐 특별 공급 물량은 9월 중에 확정된다.  ‘근로자 생애 최초’(20%), ‘신혼부부’(15%), ‘세 자녀 이상 가구’(5%),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및 이주 대책용’(10%)에 50%가 배정되었다. ‘노부모 부양 가구’(10%), ‘세 자녀 이상 가구’(5% 추가)는 우선 공급 방식으로 공급된다. 

임씨는 근로자 생애 최초 특별 공급과 신혼부부 특별 공급을 두고 선택해야 했다. 3년 이상 만 65세 이상인 노부모(배우자의 부모 포함)를 모셔야 되는 노부모 부양 가구는 애초부터 해당 사항이 없었다. 임씨는 이리저리 따져본 끝에 신혼부부 공급을 신청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근로자 생애 최초 특별 공급’은 근로자와 자영업자로 5년 이상 소득세를 내고, 기혼(이혼자는 자녀가 있는 경우)이면서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80%(지난해 기준 약 3백12만원, 배우자 합산) 이하인 무주택자가 대상이다.

반면, 신혼부부 특별 공급은 혼인 기간 5년 이내,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 100%(지난해 기준 3백90만원)면 가능하다. 만약 맞벌이일 경우 1백20%(4백68만원)의 평균 소득을 만족하면 된다. 결혼 3년 이내에 한 명 이상 아이가 있다면 1순위이다. 5년 이내에 아이를 낳으면 2순위, 아이가 없는 5년 이내의 신혼부부는 3순위이다.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청약 기간에서 생긴다. 신혼부부 특별 공급은 청약저축 납입 기간이 6개월만 넘어도 신청 자격이 주어지지만 나머지 특별 공급은 2년이 지나야 한다. 물론, 신혼부부 특별 공급 물량은 근로자 생애 최초 공급 물량보다 적다. 하지만 2년6개월 남짓한 청약저축 통장으로도 임씨는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어 경쟁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지역도 고민이었다. 이번 시범지구는 서울시(세곡, 우면)와 경기도(원흥, 미사)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세곡·우면 지구는 서울 거주자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시세 차익을 바라는 사람들 탓에 경쟁률이 높아질 것 같다. 반면, 원흥·미사 지구는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배정되는 물량은 30%이고, 나머지는 수도권 거주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다른 수도권 지역 거주자들이 몰려 경쟁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판교에서도 그랬다. 결국, 임씨는 자금 계획도 함께 고려하기로 했다. 정부에서는 “큰 부담 없이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라고 말하지만 계산해보니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반값’이라 해도 자금 계획에 신중 기해야

서울의 경우 강남권이라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다. 임씨는 전용면적 85㎡를 원하지만 정부에서 잡은 분양가대로 계산해보니 세곡·우면 지구(3.3㎡당 약 1천1백50만원)는 부대비용까지 합했을 때 3억5천만원에서 4억원 정도 든다. 언론에서는 ‘반값 아파트’라고 하던데 너무 비싸다. ‘4억원을 가지고 사는 서민’을 위한 아파트인 셈이다. 서울을 노리기 위해서는 대출도 필요할 것 같은데 잘못하면 이자 갚는 데 월급을 소진해야 할 판이다. 결국, 임씨는 미사지구를 노리기로 했다. 미사지구는 3.3㎡당 9백50만원 정도로 세곡·우면 지구보다는 부담이 적다. 물량도 집중되어 사전 예약 가구 1만5천 가구 중 9천여 가구가 미사지구에 위치해 있다. 당첨 가능성과 서울로의 접근성, 가격 등 모든 것을 고려한 결과이다.

정부는 ‘전매 제한 기간 7~10년, 실거주 의무 기간을 5년 두겠다’라고 발표했다. 임씨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 살기 위해 집을 마련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주변 사람들은 달리 생각하는 듯하다. 시세 차익을 고려해서 보금자리 주택이 나을지, 내년에 분양 신청을 받는 송파 위례신도시를 신청할지 재는 사람도 있다. 경기도에 사는 친구는 장기적으로 지역 우선 배정을 노리고 서울로 이사 올 수 있다는 말을 꺼냈다. 그 친구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전매 제한 기간을 완화했는데 또 모르지”라고 말했다. 자신과 같은 실거주자들의 당첨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러스트 허경미

ⓒ일러스트 허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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