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한국어 바람’이 분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9.1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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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 8월 체결된 한국과 인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적 교류 부분이다. 한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중 처음으로 전문 인력 시장의 일부를 개방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인도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뒤 일정 부분 경력을 쌓은 인도의 고급 인력이 한국에 와서 국내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국어 바람이 동남아를 건너 인도에서도 불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목이다.

원래 인도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재외동포재단이 개최하는 ‘전세계 한국어 웅변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자를 배출했을 정도로 한국어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었다.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지난 4월19일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에 위치한 네루 대학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최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치르기 위해 1백38명의 학생들이 문제와 씨름했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TOPIK이 인도에서 시작된 때는 2006년으로, 처음에는 델리에서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첸나이에서도 시험을 볼 수 있다.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6백42명이 한국어 능력 시험에 응시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자료에서도 인도의 한국어 열기는 드러난다. 지난 7월3일 개최한 ‘해외 한국학 사업체계에 대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교류재단이 개설한 한국어 강좌를 들은 인도인 학생 수는 1천7백38명으로 미국(1천8백2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태국(1천4백86명)보다도 많다. CEPA가 발효되기 이전부터 한국어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있었던 셈이다.

바람은 불지만 한국어 교육 시설은 열악하다. 현재 인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국립 네루 대학 학·석사 과정에 80여 명, 국립 델리 대학 학위 과정에 1백20여 명, 파뜨나의 마가다 대학 학위 과정에 20여 명 정도. 한국어가 인기 있는 이유는 취업 때문이다. 인도 델리 대학 김도영 교수는 “한국의 기업들이 인도에 많이 진출하면서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면 취업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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