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몸도 가뿐”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10.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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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수술 후 해마다 병원 찾아 재발 여부 확인…“암 걱정 안 하고 즐겁게 산다”

ⓒ시사저널 이종현


약 8년 전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은 박영옥씨(57)는 대뜸 자신을 행운아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암 수술을 49세에 받았는데, 만일 39세에 암을 발견했으면 삶이 비관적이었을 것 같다. 또, 59세라면 체력이 약해서 암을 이겨내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성의 기능을 다했을 즈음에 암을 발견해서 수술을 받게 된 것이 행운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녀는 39세부터 10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다. 식당 일을 그만둔 2001년 7월 건강검진을 받았다. 암 1기 말 판정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골반 부위 임파선과 맞닿아 있어 암세포가 전이되어 있었다. 박씨는 “동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암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니 7cm 정도로 큰 암이 자궁 뒤편에 있었다”라며 암을 발견할 당시를 회상했다. 항암치료 등으로 암세포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받았다. 그해 10월, 자궁은 물론 임파선까지 제거했다. 수술 후 항암치료 두 차례, 방사선치료는 28차례나 받았다. 혹시 몸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재발 없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 비결 중 하나가 그녀의 낙천적인 성격이다. 자신에게 암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그녀는 “입원 중에 한 자궁경부암 환자를 만났다. 그 아주머니는 온갖 걱정으로 늘 불안해했다. 암은 운명이다. 인생을 연극이라고 하지 않는가. 대본에 암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2002년부터 경기도 부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다. 수술을 받은 지 1년도 되지 않아서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노래방을 놀이터라고 표현했다. 박씨는 “수술 후 한동안 쉬었더니 삶이 무미건조했다.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도 다녀보았지만 하루하루가 지루했다. 당시 한 친구가 노래방을 운영했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사와 상담했더니 몸에 큰 무리만 주지 않는다면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행히 초저녁에 잠이 없어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나에게 노래방은 일터가 아니라 놀이터이다. 주변 사람을 만나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이다”라며 긍정적인 성격을 내보였다. 

민간에 떠도는 항암 식품은 의사와 상담해

박씨는 노래방을 운영하면서도 큰 돈벌이로 여기지 않는다.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는 그녀는 “노래방을 찾는 학생들이 비용을 깎아달라고 하면 에누리도 해준다. 노래방으로 돈을 벌면 얼마나 벌겠는가. 암에 걸리기 전에는 백화점 쇼핑을 자주 했다. 옷이나 액세서리 등에 돈을 썼다. 암 수술 후 돈은 부질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보다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이 암을 이겨내는 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우리 집이 5남매인데 모두 자기 일처럼 나를 보살펴주었다. 서로 병원비를 내려고 했고, 먹는 것이나 집안일을 챙겨주었다. 특히 동서는 우리 가족 식사까지 책임졌다. 친구들도 걱정을 많이 해주었다. 한 친구는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다니며 정성을 보여주었다”라며 가족과 지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암환자에게는 이런저런 유혹이 찾아온다. 몸에 좋다는 식품이 눈에 들어오고 무면허 의사도 용하다면 찾게 된다. 이에 대해 박씨는 “유방암에 걸렸던 친구가 있는데, 암에 좋다는 당근 주스와 이름 모를 차를 달고 산다. 음식도 이것저것 가려서 먹는다. 암에 걸렸다고 해서 그렇게 유별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범하게 생활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골고루 먹고도 암을 이겨냈다. 투병 기간 중에 상황버섯과 홍삼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때마다 의사와 상담했다. 의사는 몸에 해롭지는 않으니 먹어도 된다면서도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말라는 당부를 했다. 치료가 될 성분이 있는 식품이라면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 치료제로 나왔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암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재발할 수 있다. 암의 공포에서 벗어난 박씨도 이 점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10년 만에 자궁경부암이 임파선으로 재발해 병원을 다시 찾은 환자도 보았다. 나도 예외가 아닐 것이므로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숨겨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마다 병원에 가서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암과 관련된 언론 기사도 꼭꼭 챙겨 읽는다. 암이 재발할 것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박씨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치의였던 강순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수술 후 다리에 생긴 임파부종과 폐경 증상으로 쉽지 않은 투병 생활을 했다. 이후 8년이 경과하는 현재까지  재발의 증거는 없다. 유방암과 골밀도 검사에서도 특이한 소견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암이 재발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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