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가 소속인지보다 어느 기업 소속인지가 중요”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10.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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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시사저널 임영무

"외국인 임원의 영입은 공고한 흐름이다." 기자가 외국인 임원 영입이 ‘하나의 흐름’이냐고 묻자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최근 박대표는 외국인 인재를 구해달라는 기업들의 부탁을 많이 듣는다. 머서는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인사컨설팅업체이다. 머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려는 기업들의 청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기업들이 외국인 임원을 영입하는 것은 ‘한 명의 천재를 데리고 와서 조직을 살리겠다’는 의도는 아닐까?

그런 개념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나가는 단계를 우리도 밟아나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GE나 화이자 본사에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있다. 기업이 진정으로 글로벌화되었나를 보려면 본사의 인종과 국적을 보면 된다. 우리나라 기업의 비즈니스는 글로벌화되었지만 인재 풀이나 프로세스는 그렇지 못하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는 것과 많이 비교한다.

그런 식의 전문가 영입과는 좀 다르다. 단기 전문가를 뽑았으면 그 역량만 딱 빼먹으면 끝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앞으로도 자기네 이익을 많이 창출해야 한다. 오히려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게 동기 부여를 위해 장기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전문성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이 옳다.

갑작스런 외국인 임원 영입이 가지고 오는 문제점은 없나?

서서히 변화하는 것과 바로 본사로 능력 있는 사람이 임명되어서 오는 것 중 어떤 것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CEO가 드라이브를 걸었으면 정착이 될 때까지 관리를 잘 해주어야 한다. 외국인 임원을 영입하는 것 자체가 조직에는 하나의 신호탄이다. 이럴 때 CEO가 제반 지원을 잘 해주어야 한다. 

외국인 임원 영입 대상자가 국내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아직까지는 외국인 임원급들에게 서울이나 한국의 인지도가 낮다. 본국의 경력이 끊기면서 이주해 오는 것이라 두려움이 많다. 서구에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우리가 동남아로 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오케이를 하더라도 임원들에 대한 처우나 보상도 아직 초보 단계이고 보상 관행이나 협상 수준이 부족하다.

외국인 임원들이 적응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다행인 것은 이 추세대로라면 외국인 임원이 늘어날 테니까 여건은 좋아질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컬처 코치’를 둘 필요가 있다. 직급이 낮더라도 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 조직 문화에 관해 코치를 해주는 것이다.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동양적인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낯설고 모르니까 힘들 뿐이다. 비업무적인 부분에서 도와주면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충성도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외국인 임원이 많이 올수록 국내파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이 되었든 그 자리에 어울리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와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이 GE와 동급의 회사라면 삼성의 재무책임자나 GE의 재무책임자는 동급이다. 한국 사람일 수도, 외국 사람일 수도 있다. ‘어느 국가 소속’인지보다는 ‘어느 기업 소속’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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