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태양광발전소 짓는다
  • 김형자 | 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09.12.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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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우주 태양력 시스템’ 프로젝트 추진…2030년 완공 목표

ⓒAFP


지난 11월9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30년까지 대기권 3만6천㎞ 상공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울 것이라는 기발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름하여 ‘우주 태양력 시스템(Space Solar Power System, SSPS)’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우주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어 태양에너지를 모은 뒤 이곳에서 얻은 에너지를 지구로 끌어오겠다는,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시스템이다. 이미 이 사업에 참여할 기업과 연구자 선정도 끝냈다는 소식에 세계의 천문학계가 놀라고 있다. 우주태양력시스템에 선정된 일본 굴지의 첨단 기업은 미쓰비시 전기, NEC, 후지쯔, 샤프 등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추진하는 우주태양광발전소는 어떤 모습이고, 또 실현 가능한 것일까.

우주에 건설해 어느 지역이든 전기 공급할 수 있어

우주태양광발전소는 말 그대로 우주 공간에 발전소(위성)를 띄워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것이다. 수 ㎢에 이르는 태양전지판이 우주에 무한정으로 존재하는 태양에너지를 모은다. 일본은 우주태양광발전소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로, 이미 1980년대부터 태양전지를 잔뜩 붙인 인공위성을 우주 공간에 띄우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에 앞서 1979년 미국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우주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 예상 발전량은 무려 5기가와트(GW). 하지만 그 당시에는 우주 기술 수준이 떨어졌고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계획이 보류되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아지면서 계획을 수정해 다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우주태양광에 적극적으로 돌아선 것은 일본의 영향 때문이다. 미국의 계획은 2050년대부터 원자력발전소 10개에 해당하는 10GW급 이상의 거대한 우주태양광발전소를 상용화한다는 것이다.

우주태양광은 지상의 태양광과 다르지 않다. 다만, 지구 궤도나 달과 같은 우주 공간에서 태양에너지를 얻는다는 차이가 있다. 지구 정지 궤도에 태양전지판을 단 위성을 띄우거나 달 표면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태양에너지로 대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이지만, 태양에너지는 화력발전과 같이 석유나 석탄 등을 필요로 하지 않아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이다.

또한 이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가 만들어지는데, 이 수소를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물만 배출되므로 환경에 나쁜 영향이 없는 깨끗한 발전 수단이 된다. 

그렇다면 왜 굳이 우주에까지 나가 태양광발전을 하려는 것일까. 지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아닐까. 우주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땅 위에서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는 밤이 없기 때문에 정지 궤도에 우주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하루 24시간 내내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지상에서는 하루 24시간 중 약 절반이 밤이라 태양에너지를 100% 활용할 수 없고, 구름이 끼어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에도 충분한 양을 발전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우주에서는 같은 태양전지판으로 지상보다 최대 10배 많은 전력을 뽑아낼 수 있다고 본다. 한반도 1.5배 넓이의 우주태양광발전소만 있으면 2030년 지구에 필요한 전력 전체를 만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몇 년 안에 마이크로파 송전 실험에 쓰일 인공위성을 일본 로켓에 실어 저궤도에 쏘아 올릴 계획이다. 또, 2020년께에는 10메가와트(MW)급 태양전지판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일본의 우주 태양력 시스템의 최종 목표는 전력 1GW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이 정도면 중형 원자력발전소 한 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그렇다고 전력 생산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1kWh당 8엔으로 현재 일본에서 드는 전력 생산 비용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오히려 생산 비용이 훨씬 줄어든다.

ⓒ일러스트 박현정

우주에서 만든 전력을 지구로 보내는 것이 관건

그러나 우주에서 사람이 둥둥 떠다니며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난관이 적지 않다. 엄청난 양의 자재를 우주에 쏘아 올리는 데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건설비는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우주에서 만든 전력을 지구로 보내는 방법이 문제이다. 우주태양광 발전의 성공 여부는 우주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지상으로 보낼 수 있는 기술과 직결되어 있다. 우주에서 막대한 양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하더라도 이를 소비처로 옮길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우주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이동시킬 수 있을까. 대용량 배터리에 담아 우주선으로 실어나르는 방법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그렇다고 우주태양광발전소와 지상을 잇는 전선을 설치하자니 너무 막막하다.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한 방법이 바로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다. 말 그대로 무선으로 전력을 지상에 전송하는 기술이다. 우주태양광발전소에서 햇빛을 받아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마이크로 전자기파로 변환시켜 지상으로 쏴준다. 마치 무선인터넷처럼 말이다.

그러면 지상에서는 거대한 접시 안테나가 이들 에너지를 받아 전력으로 바꿔 일반 가정이나 공장 등에 송신하게 된다. 우주태양광으로 얻은 전기에너지를 지구에서 받는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은 지상의 태양광발전 시설에 비해 고작 5%이다. 게다가 이 시설은 전세계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하다. 사실 우주태양광발전의 아이디어도 무선 전력 전송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우주태양광발전소로부터 지상에 무선으로 보내오는 전자파가 일반인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까 하는 환경 유해성을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이크로 전자기파에 일반인들이 노출되는 양은 지금의 다른 전자파 발생 장치와 비슷하다.

우주태양광발전소는 현재의 과학기술이 상당한 발전을 이룩해야 가능한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다. 일본이나 미국이 희망하는 우선적인 목표는 1GW급 상업용 우주태양광발전소 건설이다. 이것이 만약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30년께에는 우주태양광발전소가 보편화해 다양한 응용 분야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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