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면 마약 같은 희열 느낀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12.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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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 예술가 강성국씨

  ⓒ시사저널 임영무

온몸이 뒤틀리는 뇌병변(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표를 받는 공연장에서 춤을 춘다? 가능할까? 가능하다. 강성국씨(30)가 그렇다.

강씨는 지난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하는 신진예술가로 발탁되었고, 오는 12월11일 제2회 홍대 앞 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신인류예술가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손과 발, 입근육과 목근육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그의 장애를 동정해서 주는 상이 아니다. 그는 전업 예술가이다. 12월 초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유명 무용단인 온앤오프무용단의 <바다는 없다>라는 무용극에 주요 무용수로 무대에 선 것이 그 증거이다. 그가 춤판에 매력을 느낀 것은 지난 2003년 실험예술제에서 퍼포먼스 워크숍에 참가하면서부터이다. 2005년 청계천 아티스트 오디션에 응모하면서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춤판에 뛰어들기 전 그는 광고홍보 회사에서 일했다. 아이들이 ‘왕따’시켜 중학교 1학년 때 자퇴한 그는, 야학을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을 졸업했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디자인 작업도 수준급이다. 그는 자신의 명함도, 공연 홍보물도 직접 디자인한다. 작업할 때는 떨리는 손 대신 그의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유일한 기관인 왼발을 이용한다. 분당 80타가 나오는 숙달된 왼발을 이용해 그는 영상 편집도 하고 마우스도 다룬다.

어려운 집안의 장남인 그가 회사 대신 무대에 선다고 하자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무대에 서면 느껴지는 희열이 마약 같아서 그만둘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대에 서면 나의 퍼포먼스와 춤의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장애를 먼저 보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사람도 피하고 밖에도 나가지 않던 그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고 밝은 성격으로 바뀌었다. 그는 앞으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발굴해 예술가로 키우고 싶다’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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