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고여 있던 일본 정치에 변화와 개혁의 새 물을 대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12.2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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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총리, 민주당 선거 혁명을 승리로 이끌어…불안한 당내 역학 관계 등은 딜레마

ⓒ연합뉴스

일본 정치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1955년 보수대연합으로 탄생한 자민당 천하는 괴멸했다. 자민당의 ‘55년 체제’를 무너뜨린 주역인 하토아먀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9월16일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총리직에 취임했고, 일본 국민들에게 ‘변화’를 약속했다.

반세기 동안 일본 정치는 자민당·관료·재계라는 삼각 동맹 아래 폐쇄적으로 운영되어왔다. 민주당은 반대로 ‘열린 정부’를 표방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예산 공개 심사’이다. 민주당은 정부 관료들과 맞장 토론을 통해, 부풀려진 2010년 예산을 잡아내고 삭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격적으로 따지고 물었고, 고위 관료들은 “말씀하신 대로입니다”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이 모습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모두 공개되었다. 정치적인 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코노 타로 자민당 중의원은 “솔직히 말해 부럽다”라고 평가했다. 자민당 때는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하토야마 정권이 출범한 지도 3개월이 지났다. 이제 허니문은 끝났다. 하토야마 정부는 다양한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서도 60%대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반면, 몇몇 문제 때문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오키나와 현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는 골치 아프다. 하토야마 정부 안에서도 현내로 이전해야 할지, 현외로 해야 할지, 혹은 국외로 옮겨야 할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등으로 골칫거리

후텐마 문제는 연립 정권의 성패 문제로 연결된다. 정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사민당은 주일미군 기지가 존재하는 것, 그 자체를 반대한다. 게다가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의 존재는 하토야마에게는 불안 요소이다. 민주당 내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오자와 간사장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한다. 지난 12월10일 중국 방문길에 동행한 사람만 해도 민주당 의원 1백40여 명을 포함해 6백명이 넘었다. 정권 출범 당시 하토야마는 내각과 정책 결정을, 오자와는 당 운영과 선거 대책을 맡는 것으로 역할을 나누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불분명해진 것 같다. 민주당의 와타나베 코조 전 중의원 부의장은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에는 오자와가 정책에도 말참견을 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오자와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다음에는 오자와 내각이다’라는 소리도 듣는다”라고 말했다. 안팎으로 공격받는 하토야마가 어떤 묘수를 내놓아 앞길을 안정되게 개척해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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