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에 맥 빠진 하토야마 리더십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09.12.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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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 문제 재검토·오자와 간사장과의 갈등 등 문제 불거지면서 지지율 큰 폭 추락

 

▲ 2009년 8월30일 일본 중의원 선거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하토야마 당시 민주당 대표(왼쪽)와 오자와 간사장이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하토야마 정권이 출범 초기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월16일 하토야마 내각이 발족할 때 75%에 가까웠던 지지도가 100일을 맞아 48%까지 떨어졌다. 지지도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 정국 불안을 야기시킨 시발점은 오키나와 후텐마의 미군 해병대 기지 이전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8월 중의원 선거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집권하면 기지를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자민당 정권에서 미·일 간에 합의한 기지 이전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이에 당사자인 미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재검토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하토야마 총리가 오마바 대통령을 만나자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지난 12월21일에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례적으로 후지사키 주미 일본 대사를 급히 불러 미·일 간의 합의대로 이행하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미·일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미·일이 갈등하는 정국 상황에서 정권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오자와 간사장은 민주당 전체 국회의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백40명의 의원을 포함해 6백50여 명이라는 대규모 방문단을 데리고 중국을 방문했다. 하토야마 총리가 기지 이전 문제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오자와 간사장이 태연(?)하게 중국을 방문하는 모습은 곤경에 처해있는 하토야마 총리의 국정에 오불관언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오자와 간사장이 중국을 방문한 의도는 힘의 정점에 자신이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이었다.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은 표면적으로는 ‘당은 오자와, 정부는 하토야마’라는 역할 분담을 통해 힘의 조화를 추구하는 듯하지만 이면에는 갈등과 견제가 내재되어 있다. 민주당 정권의 태생적 한계와 향후 정국 운영이 험난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자와 간사장은 니시마쓰 부정 정치 자금 사건만 없었다면 자신이 총리가 되었을 것이라는 미련을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월21일 TBS도쿄 인터뷰에서도 기회가 오면 총리직을 거부하지 않겠다며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오자와 간사장은 민주당 대표직을 맡은 이후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승하며 당의 위상을 한층 높였으며, 정권 교체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하토야마 총리를 비롯해 당내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하토야마 총리와 권력을 철저하게 나눌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권력 분점이라는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솔린세 등의 잠정세율 유지를 둘러싸고 두 사람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었다. 오자와 간사장은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하토야마 총리는 ‘폐지’는 선거 공약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에 하토야마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오자와 간사장이 주장한 대로 잠정 세율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맺었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는 리더십 부재라는 여론의 비난과 오자와 간사장의 주장에 끌려가는 듯한 이미지 때문에 더블 펀치를 맞았다. 

당·정 간 혼란도 문제이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자녀수당 지급 문제를 둘러싸고 당내 의원과 각료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지급 대상자 중 소득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원안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정책이 표류했다. 뒤늦게 소득 제한 없이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나 우유부단하다는 비난이 쏟아진 뒤였다.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하토야마 총리는 “최종적으로 내가 결정한다”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총리로서 당연한 권리를 굳이 강조하는 데에는 당 안팎의 복잡한 관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오자와 간사장에 대한 의식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백전노장인 오자와 간사장도 이견에 대해서는 결정권은 총리에게 있다며 갈등을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은 순망치한의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지난 11월8일 일본 오키나와 현의 주민들이 주일 미군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 사진은 연립 정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간 나오토 국가전략담당상. ⓒ연합뉴스

 

연립 정당인 사민당·국민신당과 원만치 않은 관계도 ‘부담’

하토야마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한 것은 당내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연립 정당인 사민당과 국민신당과의 관계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연내에 결정하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사민당과의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소자화 담당상인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오는 연내 결정을 서두를 경우 연립 정권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사민당의 주장을 잘 조율해 합의를 이끄는 일은 지난해 보인다. 그래서 오자와 간사장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사민당과의 연립이 더 이상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연립 정권인 국민신당과의 관계도 원만치만은 않다. 예산 규모를 놓고 증액을 요구하는 금융상인 가메이 국민신당 대표와 축소하고자 하는 간 나오토 국가전략담당상은 시시콜콜한 과거의 이야기까지 거론하며 얼굴을 붉혔다. 태생적 한계로 연립 정권의 길이 험난해 보이지만 쉽게 갈라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단독으로는 과반수를 넘지 못해 이들 두 당의 도움없이는 법안 하나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낭비성 예산을 찾아 예산에 사용하겠다는 공약에 대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공약은 변질되고 있다. 경기 침체는 좀처럼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실업자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정권 운영의 미숙함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자민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니가키 총재는 연일 하토야마 정권이 우유부단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공약 불이행과 관련해서도 정기국회를 벼르고 있다. 당내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는 정책 연구 모임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자민당은 2010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묵시적 견제 세력인 오자와 간사장의 존재, 사민당·국민신당과의 연립 정권 내 불협화음, 당내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의원들의 이질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로 하토야마 정권의 앞날이 안갯속이다. 2010년 참의원 선거를 통해서 정권의 이합집산이 다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일부 분석가들의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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