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안 통하는 게임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12.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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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폴 샘즈 최고운영책임자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 앞에 붙는 수식어이다. 블리자드는 미국의 게임업체이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다. 10~30대 중 블리자드 게임을 한 번 정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에도 자녀들 때문에 블리자드 게임을 간접 경험한 이들이 많다.

최근 수년간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블리자드의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이하 와우)’였다. 2004년 ‘와우’가 출시된 이후에 나온 온라인 게임은 항상 ‘와우’와 비교당해야 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야심작으로 ‘성공’이라는 평가를 듣는 아이온 역시 전세계 유저들로부터 ‘와우’와 비교되며 낱낱이 분해되곤 했다. ‘와우’와 경쟁이 된다는 평가는 완성도가 높다는 칭찬이나 다름없었다.

와우가 출시된 지도 5년이 지났다. 사람들이 질리지도 않고 하나의 온라인 게임을 5년 동안 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도 높지만 게임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블리자드에서 이런 일을 도맡아하는 이가 폴 샘즈(Paul W. Sams)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수석부사장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12월15일 그와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폴 샘즈 COO는 최근 블리자드의 대표 게임인 워크래프트 영화 제작을 성사시켰다. 이 영화는 가수 비의 캐스팅 여부로 한때 국내에서 화제가 되었다. 블리자드 코리아 홍보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해주었다.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와우는 어떤 게임인가?

와우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글로벌한 마인드를 실현시켜준 게임이다. 실제 글로벌 기업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와우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에 지사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 꿈만 꾸고 생각만 하던 글로벌화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와우라는 단일 게임이 블리자드에게 가져다 준 이익은 얼마나 되는가?

숫자는 회사 원칙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 많은 금전적 수익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최고의 인력들을 우리 회사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능 있는 개발자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도 클 것 같다.

일단 ‘블리자드’라는 기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우리를 알릴 수 있었다. 또, 우리의 서비스와 운영 방식을 다른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우리의 시야도 넓어졌다. 노하우도 점점 늘었고, 경험도 점점 축적되었다. 

와우가 지난 5년간 이루어낸 기록 중 어떤 것이 기억에 남는가.

일단 우리 게임을 이용하는 1천100만명 이상의 전세계 유저들이 있다. 모두 유료 회원이다. 이것은 기록적인 숫자이다. 그중 서양의 유저는 45%이다. 아시아인이 55%를 차지한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는 국수적인 시각이 있을 수도 있는데, 서양의 이색적인 게임을 동양에서 많이 즐기고 있다는 점이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그동안 현지화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데 그것이 성공한 것이라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언급한 대로 블리자드는 게임 산업의 리더이다. 블리자드의 게임을 다른 회사들이 비슷하게 도입하는 측면도 많은 것 같다.

많은 회사가 게임을 만든다. 우리 역시 많은 게임을 만든다. 다른 회사들이 우리 게임 요소를 도입하는 것은 게임 산업의 일반적인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특정 게임에서 뛰어난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많은 회사는 그것을 반영해 자신의 게임 속에 녹인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타사의 게임을 살펴본다. 다른 게임에서 혁신적인 요소들을 찾기도 하고 거꾸로 잘 되지 않은 부분을 찾아내 무엇이 문제였는지 분석한다.

그래도 블리자드 게임은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블리자드는 혁신적이고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완성도는 아주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자체 평가도 하고 다른 회사의 실패 부분을 고려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이 잘 이루어졌기 때문에 많은 회사에서 벤치마킹을 하지 않을까 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상업적으로도 항상 성공한다.

개별 기업마다 운영하는 데 핵심 가치가 있다. 우리는 상당히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플레이 퍼스트’, 즉 게임을 즐기는 것이 우선이다. 이 가치는 개발이나 인력 관리 등 회사 운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깊이 있는 게임 플레이라는 것은 ‘재미있다’를 뜻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게임을 내놓거나 혹은 정말 혁신적인 것을 내놓았지만 재미없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게임 플레이가 재미있고 뛰어나다면 유저들의 관심을 붙들어맬 수 있다.

하나의 게임이 질리지도 않고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사랑받기는 어려운데.

동감한다. 와우가 해를 거듭해서도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아까 말한 핵심 가치인 게임 플레이와 고품질에 있다.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10년이 지났음에도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패치를 통해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마케팅 활동을 하면서 게임을 길게 가져가고 있다. 

한국은 블리자드가 공을 들이는 중국보다 인구가 적은 곳이다. 한국 시장은 블리자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가?

한국은 지속적으로 중요했고, 앞으로도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은 영향력이 강한 시장이다. 일단 한국 유저들의 눈이 높다. 까다롭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 유저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일종의 버즈마켓(입소문 시장)이라는 것인가?

버즈마켓이나 테스트마켓과는 다르다. 한국 시장에서 잘 되지 않는 게임이라면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 ‘어떤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와 같은 지침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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