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민주당’이 되려는가
  • 유창선 / 현 시사평론가 ()
  • 승인 2010.03.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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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그는 지난 2002년 집무실에서 여성 직능단체장을 면담하는 도중 가슴을 만지는 등의 행동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우 전 지사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결정내렸다. 우 전 지사는 이의신청도 하고 소송도 제기했지만, 2006년 대법원은 여성부의 성희롱 결정은 타당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것이 ‘제주도지사 성추행 사건’의 전말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최근 사건의 당사자인 우 전 지사의 복당을 허용했다. 제주도지사 선거 후보로 출마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복당 허용을 결정한 이후 민주당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어떻게 성추행 전력자를 도지사 후보로 내세우려 할 수 있느냐는 당 안팎의 비난이 거세다.

민주당은 호남 이외에 당선이 확실한 곳을 더 만들기 위해 지지율이 높은 우 전 지사의 복당을 허용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탐대실이다. 제주 한 곳을 얻기 위해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과거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성추행당’이라고 질타했었다. 과연 민주당은 이런 결정을 하면서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일까. 생각을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생각을 하고서도 일을 저지른 것이라면 국민을 우습게 아는 몰지각한 행동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야당의 최대 무기는 도덕성이다. 한국 정치에서 야당은 여당에 대해 도덕적으로 우월함을 보일 때 국민의 지지를 받아왔다. 야당이 수적으로 열세이고 정책적으로 취약한 현실에서 기댈 곳은 도덕성밖에 없는 것이 그간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최대 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우를 범했다.

민주당의 도덕적 해이는 우 전 지사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야권 연대 논의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민주당의 이기적 자세는 야권 연대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기득권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 지역에서조차 다른 정당들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자기 것은 양보할 수 없고 남들의 양보만 요구하는 모습이다.

이런 식으로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었던 적은 없다. 제1 야당이 먼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의 모습을 보이면, 그에 발맞추어 다른 야당들도 자신들의 것을 포기하면서 야권의 연대와 후보 단일화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의 태도는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의 성패가 민주당이 자신의 것을 얼마나 포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우 전 지사 복당이 말해주듯이 지방선거에서의 개혁 공천에 대한 의지도 엿보이지 않는다. 18대 총선에서 외부의 ‘저승사자’까지 내세워 비리 전력자들을 공천에서 배제했던 일도 먼 과거의 얘기일 뿐이다. 이제 민주당의 사전에 ‘결단’이라는 용어는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다. 그냥 ‘도로 민주당’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인가. 다가오는 선거에서 민주당은 단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만 외칠 것인가. 자신들에 대한 지지는 도대체 무엇으로 호소하려는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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