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 중추의 ‘집착’이 부르는 ‘중독’
  • 이은희 | 과학저술가 ()
  • 승인 2010.03.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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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엔돌핀 분비시키는 특정 약물·행동에 ‘의존’…게임·쇼핑 등 생존과 상관없는 행위에까지 확대돼

 

▲ 인터넷게임에 중독되는 것도 반복적으로 쾌락을 맛보려 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이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갓 태어난 딸을 돌보기보다는 딸을 키우는 게임 속 놀이에 몰두했던 부부에게서 방치된 아기는 영양실조로 짧은 삶을 마쳤고, 성(性)에 집착하는 30대 남성의 욕망에 어린 소녀가 희생되었다.

원래 중독이라는 말은 독이나 기타 해로운 물질이 신체에 유입되면서 생체의 정상적인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중독이라는 단어에서 또 다른 뜻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특정한 물질이나 행동 등에 집착해,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도 끊지 못하는 강한 의존 현상을 중독이라 일컫는 것이다. 즉, 마약이나 알코올 등에 탐닉하는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뿐 아니라, 섹스·게임·쇼핑 등 특정 행위에 광적으로 집중하거나 의존하는 행위 역시 중독으로 분류된다.

물리적인 약물이나 알코올 등이 아니라 특정 행동 자체가 중독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 알려진 때는 1954년이었다. 당시 캐나다 맥길 대학 심리학과의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는 쥐를 이용해 자극과 임무 수행에 관련된 실험을 하던 중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면 쥐가 이를 쾌락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뇌 번연계 부위에 미소 전극을 삽입하고 우리 안에 이와 연결된 레버를 만들어 쥐가 레버를 눌러 스스로의 뇌에 자극을 가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쥐가 레버 누르기를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서, 지독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레버 누르기에 심취한 쥐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은 채 탈진할 때까지 연속으로 26시간 동안 5만번이나 레버를 눌러댔다. 

개인 의지로 끊기 어려워…공적 차원의 대응 절실

이 실험 이후 뇌의 번연계 부위에는 쾌락 중추라고 불리는 부위가 있어 이 부위가 자극되면 정신적 고양감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정 약물이나 특정 행동은 도파민과 엔돌핀 등의 물질들을 분비시켜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데,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직접적으로 신체의 생존과는 상관없는 행위들도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이로 인해 특정 행동에 대한 과도한 집착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자극이나 행동에 대한 집착 현상은 근본적으로 뇌의 쾌락 중추를 건드리기 때문에 그 짜릿한 자극으로 인해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특정 행동에 대한 중독을 개인의 의지 박약으로 여겨 이를 개인적인 수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보고 있다. 사회적으로 중독 증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공적인 차원에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서두에서 등장했던 무고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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