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원스톱 시스템으로 관리하라
  • 최종술 |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 승인 2010.03.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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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률 53%로 높은데도 경찰 차원 예방 소홀…1 대 1 전담 관리는 물론 처벌 수위도 높이고 전문 치료 시스템도 갖춰야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피의자인 김길태가 사건 발생 15일 만에 극적으로 검거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언론 매체를 통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성범죄자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알 수 있다.

현재 청소년 성범죄자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는 법원 결정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김씨는 두 차례의 성범죄 전과가 있는데도 신상정보 열람 대상이 아니었다. 김씨는 9세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하려다 검거된 적이 있는데도, 법 제정 이전인 1997년 범행이어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때문에 김길태는 경찰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닌 셈이다. 김씨는 또 지난 2001년에는 30대 여성을 감금한 채 성폭행했지만, 피해 여성이 성인이라는 이유로 공개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따라서 제한적 범위 내에서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 즉, 법이 시행된 2008년 2월 이전에 기소된 성폭력 범죄자도 신상정보 열람 대상으로 적용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성범죄자 신상 공개를 성인 대상 성범죄자까지도 확대해 적용해야 한다.

김씨는 지난 1월에도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수배 중인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른바 전자발찌법(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 추적 전자 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수감되어 전자발찌 착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경찰의 관리 대상도 아니었다. 경찰이 3차례 이상의 성범죄자를 우범자로 정해 1 대 1로 관리하고 있지만, 그는 두 차례만 실형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적용되지 않았다. 결국, 김길태는 범행 시점과 횟수가 교묘하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 사실상 성범죄자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성폭력 범죄자는 다른 일반 범죄자에 비해 재범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그들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전무하다. 성범죄자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약 1만8천여 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인 9천여 명이 재범자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성범죄자가 전자발찌 착용 대상이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유사한 범죄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따라서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의 성범죄자들에게도 이 법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교정 시설에 수감된 성범죄자는 5천여 명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출소하면 전자발찌를 채울 수 없는 상태이다. 전자발찌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지난 2008년 9월 이전에 기소된 범죄자들이기 때문이다. 소급 적용이 이중 처벌이나 가중 처벌이 될 수 있고, 인권 침해의 우려도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하겠지만, 소급 적용 자체는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 과제이다.

성인 대상 성폭력 범죄자의 경우에는 경찰이 특별히 신상정보를 관리하거나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성범죄자 신상 공개를 성인 대상 성범죄자까지도 확대해 적용할 수 있도록 성인 대상 성폭력 예방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권 침해의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범 가능성이 큰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적극 구축해야 한다.

미국, 신상 공개·격리 생활 조치 등 이중 안전장치 둬 

▲ 2008년 3월 안양 초등학생을 살해한 정성현이 사건 장소에서 현장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런 흉악한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강력한 이중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어떤 성범죄자가 주변에 살고 있는지 주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한다. 주소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동네에 몇 명의 전과자가 살고 있는지, 또 이들의 범죄 내용과 생김새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경찰서를 가야 간신히 범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성범죄자들은 아예 학교 근처에 살 수가 없다. 성범죄관리자법인 제시카 법에 따라 어린이 보호 시설이 있는 곳은 6백m 이내에 발을 붙일 수가 없다.

또, 성범죄자는 평생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경찰의 조사 요구에 언제든지 응해야 한다. 혐의가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집을 찾아가 조사하거나 연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즉, 성범죄자는 불법 부당한 검문 검색을 받을 수 없다는 권리에 대해 포기하고, 경찰에 의해 언제든지 검문 검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 상태에서 출소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성범죄자의 얼굴에 주홍글씨를 새겨서는 안 된다며, 포괄적인 성범죄자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되었던 어린이 대상 성범죄 사건의 대부분이 성범죄 전과자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사건이다. 그만큼 성범죄가 다른 범죄에 비해서 재범률이 훨씬 높다. 재범 방지를 위해 성범죄자들을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예방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지난 2007년 이후에 발생한 혜진·예슬 양 사건, 일산 초등생 납치 사건 그리고 지난해 조두순 사건에 이어 이번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까지 모두 어린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였다. 또, 범인은 모두 성범죄 전과자였다.

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재범률이 40%인 데 반해, 성범죄 재범률은 53%로 나타났다. 다른 범죄보다 재범자가 약 10% 더 많고, 실제로 성범죄자 두 명 중 한 명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이와 같이 재범률이 높은 것은 가해자가 느끼는 심리적 자극이 더 크기 때문이다. 즉, 자기가 일방적인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한 후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만족감이나 재미를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전자발찌 부착과 신상 공개 등 처벌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전문적인 치료 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이들은 소아 기호증이나 반사회성 인격 장애, 충동조절 장애 같은 정신과적인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재범이 우려되는 출소자까지 반드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범죄 경력이 있거나 재발이 예상되는 성범죄자를 종합적으로 전담 관리하는 원스톱 시스템(One-stop system)의 구축이 필요하다. 원스톱 시스템은 성범죄자 전담 관리 제도의 도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재발이 예상되는 성범죄자를 1 대 1로 전담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찰은 향후 구속자 위주로 죄질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관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모든 성범죄자를 등급별로 1 대 1로 전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아동 성폭력 범죄자에 한해 경찰관이 1 대 1로 전담 관리하는 제도를, 일반 성폭력 범죄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만이 성범죄자 관리의 주체가 되어 관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시민을 비롯한 검찰, 교정 기관, 의료 기관, 관련 전문가 등 모두가 참여하는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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