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자, 무얼 가르치는가”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3.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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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 | 시인 김용택

ⓒ문학동네
2008년 8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과 뛰놀았던 38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12명의 2학년 꼬마 제자들 앞에서 ‘마지막 수업’을 시작했다.

“야들아, 느덜이 하도 징글징글허게 말을 안 들어서 나 인자 핵교를 그만둘란다! 인자는 느덜 그만 가르칠라고 헌단 말이여이. 알어?”

유독 선생님을 따랐던 현아가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현아처럼 그냥 와락 울어버리고 싶은 가슴을 농담 섞인 말로 담담히 다스리며 마지막 수업을 이어갔던 그날. 그는 어린 제자들에게 공부 잘하고, 세상에 나가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 대신 단 두 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사람을 사랑허라’는 것, ‘사람들을 욕허고 비난허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므로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자연을 애끼라는 것’이었다.

그가 마지막 수업에서 못다 한 말들을 엮어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문학동네 펴냄)를 내놓았다.

김시인은 이 책에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다소 파격적이고 직접적인 사회 비판의 목소리들을 함께 실어 눈길을 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아이들보다는 돈 봉투와 교장 직위에만 관심 있는 썩은 교육자들에 대한 분노, 권력 지향적인 한국의 정치판과 심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에 대한 슬픔이 담겨 있다.

김시인의 쓴소리가 지금의 교육 현장에 약이 될 수는 없을까. “대학에서 논문을 사고판다는 말도 예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정부 고위직에 들어가려는 교수들 모두 하나같이 논문 표절 시비에 안 걸려든 사람이 없다. 거짓말을 하고 나서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가르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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