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 “비전을 갖고 있는 시장은 10년쯤 일하게 해줘야 한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3.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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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경쟁력 있는 후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양보”

 

ⓒ시사저널 유장훈

오세훈 서울시장의 목소리에는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작심한 듯했다. 마치 인터뷰를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없이 토해냈다. 더 이상 수비에만 급급하지 않겠다는 투였다. 그는 지금, 지키는 입장이다. 현직 시장이고,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도 아직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명숙 재판’ 등 최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탓일까. 자신에 대한 경쟁자들의 공격이 너무 지나치다고 여긴 탓일까. 그도 다분히 공격적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 당의 아무개 라이벌 후보가”라는 표현을 써가며 당내 경쟁자들을 향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본질도 제대로 모르고 말을 한다.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품성이 안 좋은 것이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3월25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오시장을 만났다.  

민선 시장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시장 재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한 경쟁 후보는 “4년 했으면 이제 되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4년을 더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아무개 경쟁 후보의) 그 짧은 답변에 그분의 시장관이 다 들어 있다고 본다. 시장을 연습하는 자리로 보는 것이다. 서울시장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 굉장히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자리이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서울시에 미쳐서 살았다. 서울시를 어떻게 바꾸고, 다시 말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 하는 두 가지 화두를 놓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그 생각만 하고 살았다. 왜 재선을 해야 하느냐 하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열정, 경험 이런 것들을 이제 비로소 몽땅 쏟아낼 수 있는 것이 내 두 번째 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교사는 경험이다. 경험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늘 초보 시장, 견습 시장이 서울시를 만들어간다고 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지는 것이다.

결국 지난 4년간 시정을 돌아볼 때 어떤 쪽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런 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시민들로서도 경제적인 것 아닌가. 원도 한도 없이 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후회는 없다. 워낙 비전이 탄탄했고, 많은 오피니언 리더가 박수를 쳐주는 상황이 3~4년 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행하는 과정에서 세밀하게 내가 이렇게 했으면 좀 더 효율적으로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일각에서 오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 중에 “외양에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내실 있는 생활 밀착형 시정에 아쉬움이 있다”라는 지적이 있다.

선거 때 등장하는 네거티브 마타도어이다. 실제 서울시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그런 얘기 아무도 안 한다. 우리가 만약에 그런 행정을 했다면 그들로부터 아주 가슴 아픈 비판을 받았을 것이지만, 없었다. ‘서울형 복지’라고 들어보았나. ‘서울형 그물망 복지’라고까지 한다. 이는 굉장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 정부가 하는 것 그대로 갖다 쓰면 서울형이라고 쓰겠나. 예산의 숫자로 말을 하자면 내 임기 초에 복지 예산이 18%였다. 지금 24.6%이다. 엄청난 증가세이다.

지난 4년간 서울 시정에서 홍보 예산이 상당히 많이 쓰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임 시장들에 비해 3배 이상 많다는 지적도 있다.

엄격히 얘기하면 홍보비가 아니라 도시 마케팅 예산이다. 취임할 때 보니까 서울시 국내외 홍보비가 연간 50억원 정도 되더라. 50억원 갖고 무슨 해외 도시 마케팅을 하겠나. 실제로 싱가포르, 홍콩은 1년에 5백억원을 더 쓴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선진국 기준으로 1년간 GDP(국내 총생산)의 약 12%가 관광 수입으로부터 창출이 된다. 선진국일수록 그게 더 많다. 우리나라는 아직 6% 정도이다.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도시 마케팅 비용으로 2008년도 예산 때 4백억원을 짰다. 지난해에는 경제 위기 때문에 약 3백억원으로 줄였고, 올해 또 3백억원 해서 합계 약 1천억원이 된다. 이것이 해외 도시 마케팅 비용이다. 그것을 마치 개인 치적 홍보를 하는 홍보비인 것처럼 호도를 하고 있다. 해외 도시 마케팅 비용은  서울을 알리는 비용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 급식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산의 우선순위에 관한 문제인데, 예산이 충분하다면야 좋다. 동의한다. 나는 모든 학부모들한테 이렇게 묻고 싶다. “지금 교육과 관련해서 가장 큰 불만이 뭐냐” “가장 큰 고통이 뭐냐”라고. 그러면 아마 사교육비 부담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아이들 급식 문제라고 답변하는 학부모는 아마도 이 이슈가 터지기 전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만들어진 이슈라는 것이다. 한 달에 무상 급식을 하면 평균 5만원 정도가 가계에 절약이 된다. 그런데 월 수입 100만원도 안 되는 집도 월 사교육비를 6만원을 쓴다고 답변한다. 따라서 사교육을 줄이는 작업이 우선 투자 대상이다. 꼭 무상 급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고소득층에 쓸 돈이 있다면 차라리 방과 후 학교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낫다.

여권 일각에서 서울시장에 ‘제3 후보론’이 등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의 주자들을 흠집 내고자 하는 세력 중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서울시 미래에 대한 비전이 확고한 분이 있고, 그리고 그분이 민주당 혹은 야당 후보를 능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양보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그런 분이 과연 있나?

오시장은 항상 여권의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 주변에서는 “당장 차기가 불확실하니까 차차기를 대비해 서울시장 재출마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재선되어도 대선을 위해 중간에 사퇴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아는데.

중간에 사퇴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재선을 해야 된다는 얘기를 했던 것이 서울시장 취임하고서 1년 정도 되었을 시점이다. 인터넷 기사 검색하면 아마 나올 것이다. 1년 정도 되니까 그게 피부에 와 닿는 것이다. ‘아, 이 자리는 한 번 하고 말 자리가 아니구나. 한 10년 하면서 완전히 뿌리를 내려놓고 가지 않으면 비전이 흔들린다.’ 우리 도시 경쟁력 순위가 27위일 때는 우리 라이벌 도시들이 파리, 런던, 뉴욕 이런 얘기 안 했다. 그런데 이제는 12위까지 올라오니까 이런 얘기를 한다. 4년씩 견습 시장이 등장해가지고 되겠는가. 탄탄하고 확고한 바람직한 비전을 갖고 있다면 그런 시장은 10년쯤 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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